삼성이 1억대 더 파는데 영업益은 애플이 5배, 왜?

    입력 : 2017.05.11 10:00

    - 스마트폰 투톱 비교해보니
    애플, 고가폰 위주 전략 펴는데 삼성은 중저가폰까지 다양… 제품 개발·생산에 비용 더 들어


    애플이 애플페이·시리 내놓자… 삼성, 삼성페이·빅스비로 추격
    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삼성 따라 곡면 OLED 채택·대형화 전략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판매량 3억644만대(20.5%)로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이후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애플의 판매량은 2억1606만대(14.4%)에 그쳤다.


    반면 애플은 작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창출된 영업이익 중 79.2%인 449억9700만달러(약 50조9000억원)를 쓸어갔다. 2위인 삼성전자는 14.6%인 83억1200만달러(약 9조4033억원)에 그쳤다. 연간 9000만대 이상 스마트폰을 더 판매한 삼성전자보다 애플이 5배 이상 많이 번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투톱인 두 회사의 성적표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고가폰 위주 애플 VS 다양한 라인업의 삼성전자


    우선 두 회사가 판매하는 스마트폰 라인업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애플은 매년 하반기 단 한 차례만 프리미엄 신제품을 내놓는다. 출고가가 100만원대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시리즈,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매년 두 차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그사이에 중저가폰도 수시로 내놓는다. 가격대도 100만원 안팎에서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애플과 삼성전자의 LTE(4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 차이는 465달러(약 52만6000원)로 벌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가지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여러 모델을 만드는 것이 제품 개발·생산에서 더 큰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이익이 많이 남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생산 단가 차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갤럭시S8의 평균 생산 단가는 301.60달러(약 34만1000원)로 아이폰7(약 225달러·25만4000원)보다 훨씬 높다. 삼성전자가 곡면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등 고가 하드웨어 부품을 많이 쓰는 데다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게 큰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을 대만 폭스콘에 위탁 생산하는 애플보다 직접 만드는 삼성전자가 혁신적인 제조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략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중저가폰으로 인도·중남미·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지만, 애플은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앞세운 고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이 중저가폰을 출시한 것은 지난해 내놓은 아이폰SE가 유일하다.


    ◇닮아가는 두 회사


    삼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애플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애플이 2014년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출시하자 삼성전자도 1년 뒤 삼성페이를 출시하고,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에 맞서는 '빅스비(Bixby)'도 최근 선보였다. 하지만 콘텐츠 분야에서는 애플이 절대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1~3월 앱스토어와 애플뮤직 등을 포함한 서비스 사업에서 작년 1분기보다 18%나 증가한 70억4000만달러(약 7조9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곡면 OLED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갤럭시S6엣지를 출시하며 세계 최초로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이후 곡면 디스플레이는 삼성 갤럭시S의 상징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도 최근 "곡면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애플도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8부터는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아이폰용 곡면 OLED 패널 7000만 장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2014년부터 '아이폰 플러스' 대화면 제품을 내놓는 것도 삼성의 화면 대형화 전략을 따라 한 것이다. 정옥현 서강대 교수(전자공학)는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고는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때로는 차별화, 때로는 상대방을 벤치마킹하면서 강력한 양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