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ISA, 다 뜯어고쳐야 산다

    입력 : 2017.05.10 09:11

    - 소득 없어도 가입할 수 있게
    금융위 "60세 이상 가입 허용"
    민주당 "미성년자 제외 전국민"


    - 비과세 혜택 대폭 늘려야
    금융위 "400만원으로 확대"
    전문가 "그 정도로는 부족"


    - 중도 인출 신축적으로
    현재는 5년간 못찾게 돼있는데 납입액 30%내 年 1회 허용 추진


    '만능 통장'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인기가 시들해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이름값을 하려면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서 '신형 ISA'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의 계좌로 예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ISA는 비과세 혜택 등을 장착하고 작년 3월 출시됐지만 가입자가 줄어드는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제대로 수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주부 등 소득이 없는 성인들의 가입을 막아놓은 문턱부터 낮추고, 5년간 200만원(서민형은 250만원)까지만 인정해주는 비과세 범위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야 국민의 노후 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오랜만에 불이 붙은 주식 시장에서 개인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주부 등 소득이 없어도 가입할 수 있게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은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가입 대상을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주부와 청년, 은퇴자 등을 포함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등 신형 ISA 도입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소득이 없어도 60세 이상은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던 것보다 가입 대상을 더 넓혀 미성년자를 제외한 전 국민이 가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ISA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다.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은 "비과세 한도나 5년간 인출 제한 등의 현행 방식들이 ISA를 도입한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국민의 자산 증식에 도움을 주려는 당초 도입 목적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혜택 2배 이상 대폭 확대해야


    현재 금융위가 검토하는 비과세 혜택 확대 방안은 소득세(세율 15.4%) 비과세 한도를 현행 200만원(서민형 250만원)에서 400만원(서민형500만원)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세금 절감 혜택이 5년 기준으로 30만8000원(200만원×15.4%)에서 61만6000원(400만원×15.4%)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5년간 기준이니 연간으로 환산하면 6만1600원에서 12만3200원으로 늘어나는 정도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기획재정부(세제실)의 입장이 갈린다. 금융위는 더 큰 폭의 확대를 원하지만, 기재부는 2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첫째는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비과세 상품과의 형평성을 든다. 연간 400만원을 납입하면 48만원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 등과 비슷한 수준의 세제 혜택이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은 "비과세 혜택 금액 기준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했지만, 단서를 달았다. "ISA의 고향인 영국에서 무제한 비과세를 허용한 것은 다른 비과세 상품을 대폭 정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른 비과세를 정리한다는 전제하에 ISA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도 인출 허용은 유연하게


    ISA 가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5년간 돈이 묶인다는 것이다. 그럴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상철 금융투자협회 WM지원부장은 "살다 보면 급전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는데 현행 ISA는 중도 인출을 막아놓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돈이 묶이는 부담이 크다"면서 "중도 인출 제약을 풀어준다면 기존에 가입을 꺼렸던 젊은 층을 유인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생각하는 개선 방안은 5년간 중도인출 금지를 완화해서 "납입금의 30% 한도 내에서 연 1회 중도 인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의무가입 기간 동안 중도 인출을 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비과세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 시행 서둘러야


    ISA는 급속도로 인기가 식어가는 중이라 개정안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가입자 수는 작년 11월에만 해도 240만명이 넘었지만 이후 계속해서 중도 해지가 이어지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232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매달 줄어들고 있다. 지난 5개월 새 8만3044명이나 줄었다. 시장에서는 "신형 ISA를 가급적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재촉한다. 통상적인 절차를 밟게되면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세제개편안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럴 경우 신형 ISA는 빨라도 내년 초에나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