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 신사옥 열풍... 설계·시공에 가상현실 활용

    입력 : 2017.05.10 09:01

    [직원 급증 대처하고 젊은 인재 유치하려… 첨단 시설·디자인 경쟁]


    그래픽 반도체 1위 '엔비디아'
    가상현실로 일조량 변화 체크후 245개의 채광창 적소에 배치
    애플, 태양광 이용해 전력 생산… 구글은 건물 내·외부 구분 없애
    작년 실리콘밸리 일자리 수 증가, 1위 IT 이어 건설 업종이 2위


    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엔비디아 신사옥 공사 현장. 신사옥은 삼각형 모양에 통유리·태양광 패널로 둘러싸여 있었고 오는 9월 완공을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세계 최대 그래픽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샌타클래라 일대에 대지 면적 4만8600㎡(약 1만5000평) 규모로 총 1만명이 근무할 수 있는 신사옥을 건립하고 있다.


    안전모와 조끼, 보호안경을 쓰고 내부에 들어서니 건물 중앙에 육각형 공간이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레이먼드 챈 매니저는 "건물 바깥쪽 공간은 직원들 개인 사무공간이고, 가운데는 출입구, 회의실, 카페테리아, 화장실 등 공동 공간을 배치했다"며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모여 조직 구분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설계"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시대 개막과 함께 가장 각광받는 기업에 꼽힌다. 실제로 올해 들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혼다, SK텔레콤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제휴를 맺거나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기술은 그동안 PC 게임이나 동영상을 즐기는 데 사용돼 왔으나 앞으로는 각종 인공지능 기기와 무인자동차의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무인차가 주행 중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과 보행자의 위치 등 각종 이미지와 동영상을 분석, 처리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상현실(VR)로 지은 엔비디아 신사옥


    엔비디아는 이번 신사옥 건립에도 자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이다. 자사의 고성능 그래픽 반도체 성능을 100% 활용하는 VR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제 모습과 똑같은 가상의 신사옥을 짓고 가상의 공간 안팎을 보면서 건물을 올렸다. 신사옥 곳곳에 있는 삼각형 채광창이 VR을 통해 구현한 대표작(作)이다. 엔비디아는 계절과 시간대, 날씨 변화에 따라 일조량이 어떻게 바뀌는지 VR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한 뒤 245개의 삼각형 채광창을 배치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Huang) CEO(최고경영자)는 "바닥 카페트부터 벽면 페인트의 색깔과 질감까지 VR을 통해 미리 구현해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사옥 설계를 맡은 설계업체 젠슬러의 하오 고(Ko) 총괄은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VR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해 건축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신사옥의 핵심 콘셉트는 '연결성'과 '유연성'이다. 지하 2개층, 지상 3개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가운데에 '심장'(heart)이라는 이름의 육각형 공간을 두고 직원들이 회의를 하거나 커피 마실 때, 화장실 갈 때도 이곳으로 모이도록 만들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업무를 공유·협력하도록 만든 것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신사옥에 입주할 부서를 따로 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조직과 협업이 필요한 조직이 신사옥에 입주해 프로젝트를 끝내면 다른 팀이 입주하는 로테이션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구글·세일즈포스도 신사옥


    요즘 실리콘밸리에는 신사옥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애플·구글·세일즈포스 등 실리콘밸리의 초대형 IT 기업들이 모두 신사옥 건립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달 말부터 쿠퍼티노에 있는 신사옥 '애플 파크'에 일부 직원이 입주를 시작했다. 이 건물은 둘레가 1.5㎞에 달하는 초대형 건물이다. 애플 파크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이다.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내부 정원에는 7000여 그루 나무를 심는다.


    구글은 지난달 마운틴뷰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신사옥 건립을 시작했다. 구글은 신사옥 내부 칸막이는 물론 건물 입구까지 없애 지역 주민들과도 소통하는 사옥을 지을 계획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기존 41층짜리 빌딩을 61층으로 증축 중이다. 오는 7월 증축이 끝나면 세일즈포스 사옥은 샌프란시스코 최고층 빌딩이 된다.


    이 덕분에 실리콘밸리 지역 건설 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건설 업종의 일자리 수가 6000여 개나 늘어나 본업(本業)인 IT 분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 관계자는 "거대 IT 기업들의 직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데다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이 직장을 결정하는 데 사옥 시설과 디자인까지 고려한다"면서 "이 사옥들은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