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캡처해 엄마에게 카톡..." 빅스비, 5초에 끝냈다

    입력 : 2017.05.02 09:27

    [갤럭시S8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 써보니]


    - 빠르게 말하거나 부정확해도 인식
    '시리'보다 한국말 잘 알아듣고 날씨 등 간단한 건 1~2초 걸려


    - "사람 살려" 말하자 119 번호 떠
    "유튜브서 아이유 동영상 찾아" 복잡한 명령도 척척 알아듣지만 주인과 다른 사람 음성 구별못해


    "빅스비, 오늘 저녁에 갈 만한 광화문 근처 식당 찾아서 아내에게 보내줘."


    삼성전자의 첫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가 1일 한국어 음성 인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빅스비가 탑재된 갤럭시S8 시리즈에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이를 알아듣고 검색, 문자 보내기 등을 척척 해낸다. 음성만으로 갤럭시S8의 거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빅스비는 애플 '시리(Siri)', 구글의 '어시스턴트' 등 경쟁 서비스보다 한국어를 더 잘 이해하고, 두 가지 이상의 명령도 매끄럽게 수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빅스비를 TV·냉장고와 같은 다른 가전제품에도 탑재할 계획이다. 음성 비서를 앞세워 스마트폰과 TV·가전·자율주행차로 이어지는 거대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명령도 척척


    1일 본지 기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S8으로 빅스비를 사용해봤다. 갤럭시S8에 대고 '빅스비'라고 부르거나 기기 왼쪽의 전용 버튼을 누르니 화면 하단에 옅은 파란색의 빅스비 로고가 나타났다. 기자가 말을 하면 빅스비는 곧바로 화면 아래에 인식한 내용을 글자로 표시한 뒤 실행에 옮겼다. "음성 녹음 실행해줘", "오늘 서울 날씨는 어때" 같은 간단한 명령은 1~2초 만에 곧바로 수행하거나 답변이 돌아왔다.


    삼성전자 갤럭시S8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빅스비' 화면(위). 손가락이 빅스비를 가동시키는 전용 버튼을 가리키고 있다.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음성으로 '빅스비'를 불러도 가동된다. /이태경 기자


    숫자와 수식을 부른 뒤 "얼마야"라고 하면 곧바로 계산 결과를 화면에 보여줬고, "어제 찍은 사진을 찾아줘"나 "유튜브에서 아이유 동영상 보여줘" 같은 다소 어려운 명령도 척척 알아들었다.


    특히 빅스비는 두 가지 이상의 명령을 한 번에 내려도 매끄럽게 수행했다. "빅스비,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을 캡처해서 어머니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줘"라고 말하자, 빅스비는 '화면 캡처', '카카오톡 앱 열기', '어머니 연락처 찾기', '캡처한 화면 첨부'까지의 과정을 5초 만에 순서대로 정확하게 실행했다. 사용자가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였다.


    빅스비에는 사용자의 일정이나 필요를 파악해 대응하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퇴근하는 길에 우유를 사라고 알려줘"라고 말하면, 퇴근 시각에 맞춰 "우유 사"라는 문자 알림이 떴다.


    "빅스비, 사람 살려"라고 하자 자동으로 119로 연결할 수 있는 전화 걸기 화면이 표시됐다. 교통사고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시리·어시스턴트에 손색 없어


    빅스비는 2011년 처음 출시된 애플의 시리나 지난해 출시된 구글의 어시스턴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시리와 어시스턴트의 경우 여러 가지 명령을 동시에 내리면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네요' 같은 메시지가 뜨거나 맨 첫 단계 명령만 수행한 뒤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빅스비는 빠르게 말하거나 다소 발음이 부정확해도 비교적 정확히 인식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이나 구글에 비해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억양이 강하거나 사투리로 명령을 내려도 비교적 잘 알아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스비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문맥을 파악해 잘못 인식한 단어나 발음을 스스로 교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빅스비와 시리·어시스턴트 모두 주인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지 못했다. 한 사람이 '빅스비'라고 부르자 주변 다른 사람의 갤럭시S8에 탑재된 빅스비 화면이 일제히 켜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빅스비는 갤럭시S8에 탑재된 사진·갤러리·계산기·날씨·일정·메시지·전화·카메라 등 10여개 앱(응용 프로그램)과 기능을 기본으로 지원한다. 또 삼성페이·삼성헬스·카카오톡·페이스북·유튜브 등 빅스비 지원 기능을 개발 중인 20여개 별도 앱에서도 사용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스비를 통해 수행할 수 있는 작업만 현재 30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음성 비서 시장 쟁탈전 시작


    빅스비 이용을 위해서는 갤럭시S8 시리즈에서 별도 설정을 해야 한다. 기기 왼쪽의 볼륨 버튼 아래 빅스비 전용 버튼을 눌러 빅스비 페이지로 이동해 안내대로 따라 하면 된다.〈그래픽 참조〉 빅스비의 음성 서비스는 현재 한국어만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에 상반기 중 영어 서비스를 추가하고, 올해 내에 중국어·스페인어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갤럭시S8 시리즈에는 현재 구글 어시스턴트와 빅스비가 모두 설치돼 있다. 'OK 구글'이라고 하면 어시스턴트가 답하고, '빅스비'라고 부르면 빅스비가 비서로 나타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빅스비 확산을 위해 1차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구글인 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음성 비서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한국어 이외의 언어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