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펀드매니저'가 자산관리... 13개 중 3개 종목은 4~7% 수익

    입력 : 2017.04.27 09:18

    [걸음마 뗀 '인공지능 펀드'… 공모펀드 설정액 740억원 달해]


    - 초반 수익률은 기대 못미쳐
    키움과 미래에셋 인공지능 펀드, 수익률 1.06~6.81%까지 다양
    일부社 펀드는 마이너스 기록도


    - 시스템 불안정… 정보 축적이 '관건'
    기술 자체가 아직은 미흡… 급변기엔 정확성 떨어질 수도… 정착에 시일 좀 더 걸릴 듯


    최근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재테크 시장에서도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바람이 거세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 알고리즘(해답을 찾는 기술)이 펀드 포트폴리오와 투자 전략을 짜는 이른바 'AI 관련 펀드'가 대표적이다. 작년 4월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 자산관리 시스템) 전문 회사인 쿼터백투자자문이 키움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최초로 출시한 로보 어드바이저 자문형 공모 펀드는 설정액이 현재 260억원이다.


    이후 AI 관련 공모 펀드 수가 계속 늘어 지금은 13개다. 설정액은 약 740억원 규모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단계이지만,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사모 펀드까지 나오면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뜨겁다.


    사진:images bank, 그래픽=김현지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10월 고려대 복잡데이터연구실과 공동으로 '미래에셋 AI 금융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리게 하는 '딥 러닝'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결과물로 올 초 다양한 스마트베타 상장지수펀드(ETF)와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펀드',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마켓헤지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치열해지는 경쟁… 수익률은 아직 기대 이하

    AI 펀드에서 인공지능은 포트폴리오를 짜는 역할을 한다. 경제 지표, 시장 상황,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자산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한다. 그다음에는 자산별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다만 수익률은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친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28%, NH-Amundi의 '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펀드(UH)'는 -3.46%다. AI 관련 펀드 가운데 아직은 해외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가 많은데, 연초 이후 주식형에 비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했던 영향도 크다.


    주식에 투자하는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주식-재간접]펀드'와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5~6%대이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3%)보다 낮다.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 자체가 아직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작년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간 25개 업체의 로보 어드바이저 알고리즘 30개를 테스트한 결과, 은행과 대형 증권사들의 로보 어드바이저 수익률이 1~2% 수준이었다.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경우도 있었다. 안전추구형 로보 어드바이저의 경우엔 6개월 수익률이 평균 1%가 채 안 됐고, 적극 투자형도 수익률이 3%에 못 미쳤다. 수익률로 보면 인공지능이 시장의 뛰어난 펀드 매니저를 이길 수준이 아직은 안 된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급변기엔 정확성 떨어질 수도


    AI 펀드의 초반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25일까지 13개 AI 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101억원으로, 지난해(646억원)에 비해선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약점은 수익률뿐만이 아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과거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장세에선 정확성이 높지만, 금융위기 등 변동성 장세에선 자산 조정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돌발 이벤트로 수익률 방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미국 금리 인상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술 자체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미래에셋과 키움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외부 핀테크 업체에서 제공받은 포트폴리오를 관련 펀드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보 어드바이저 기술이 상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AI 펀드 운용 기간도 짧아 기술 개발과 정보 축적이 필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는 지적한다.


    ◇"수익률 환상 버려야"… 높은 수수료 등은 과제


    올해도 AI 펀드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까지 속속 출시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국내외 주식형 펀드를 대상으로 펀드 선정과 매매 타이밍 기준을 제시하는 '펀드레이더' 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한다. AI를 통해 펀드별 투자 전망뿐 아니라 펀드의 매수·매도 시점까지 알려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펀드와 관련 서비스가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들에겐 무엇보다 "높은 수익률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AI 투자라고 해서 알파고처럼 백전백승하는 것이 아닌 만큼, AI 투자의 강점인 자산 배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또 AI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경우, 일반 펀드보다 운용 보수가 높고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별로 각자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상품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비오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과거 데이터 중심으로 AI 상품의 모델을 구축해나가는 단계며, 정확도와 수익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지속적으로 기술이 개발되고 정보가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