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씩 크는 헬스케어산업, 한국만 '제자리걸음'

    입력 : 2017.04.26 09:28

    - 보험사의 시장 참여, 의료법에 막혀
    日선 보험사·통신업체 함께 보험자 건강관리 상품 운용… 질병확률 낮아진 만큼 보험료 할인
    의료 재정 아낄 수 있고 고용창출 효과 큰 산업인데… 당국은 소극적, 의료계는 반대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회사 스미토모생명(住友生命)은 작년부터 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 건강관리 서비스업체인 디스커버리와 함께 '일본 활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객의 건강 상태를 파악해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상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협업은 간단하다. 스미토모생명 고객에게 소프트뱅크의 웨어러블 기기 등을 나눠주고, 디스커버리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한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고객의 운동습관, 생활방식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낮은 고객에게 이듬해 보험료를 30% 정도 깎아주는 식이다. 건강관리 덕분에 고객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고, 이에 보험사도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게 되는 등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각국 보험사들은 고객의 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해 개인 맞춤형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설치된 앱을 통해 건강 상태가 좋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선일보 DB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사 등이 고객의 건강 상태 정보를 수집·관리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전 세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이 연평균 4%대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내 헬스케어 산업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의 헬스케어는 반쪽짜리 서비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여러 보험사가 헬스케어를 표방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ING생명은 최근 건강관리 앱 '아이워크 닐리리만보'를 선보였다. 걸을 때마다 얻게 되는 포인트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최신 잡지 구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AIA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은 고객이 건강 목표를 달성할 경우 제휴사 포인트나 마일리지, 무료 쿠폰 등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수집된 건강 정보가 보험료 인하와 적극적인 건강 상담 등으로 연결되는 미국·일본에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국내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상품이 '반쪽짜리'에 그치는 건 헬스케어 산업의 의료법 해석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다. 환자를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본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보험사에 허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까지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행위와 비의료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험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쳐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당초 가이드라인 초안에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인구의 40%)'은 의사 상담·지도감독을 토대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는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주된 고객은 건강한 사람이나 환자가 아닌 위험군인 만큼, 가이드라인 초안대로는 사실상 사업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의료업계는 "개인 정보 유출, 의료 생태계 교란 등이 우려된다"며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반대하고 있다.


    ◇전 세계 헬스케어산업 2020년 8조달러


    한국이 주춤한 사이 미국·유럽·일본 등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은 매년 4.3%씩 성장해 2020년 8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각국이 앞다퉈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는 건 고령화로 인한 의료 재정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용 창출 등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최근 열린 '제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세미나에서 "건강관리 부문의 효율성을 개선하면, 인구 감소 및 저성장으로 부담이 커지는 개인 의료 및 국가 의료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헬스케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체 산업에서 10억원 상당의 상품·서비스를 만들 때 고용이 평균 8.8명 유발된다면,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고용이 16.9명 늘어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