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불청객 드론 잡는 '안티 드론' 뜬다

    입력 : 2017.04.24 09:47

    [연평균 24%씩 시장 급성장]


    사생활 침해하거나 범죄에 이용… 최근엔 테러 수단으로까지 쓰여


    총으로 쏘고, 무인기로 충돌
    고주파로 전자회로 태우거나 바주카포형 장비로 그물 발사… 다양한 퇴치 기술 개발 경쟁
    국내서도 관심 모으며 연구 한창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시 전자파 장비 개발업체 한국기술연구소. 40㎡(약 12평) 크기 연구실 한쪽에서 손바닥만 한 드론(무인기)이 '웅, 웅' 소리를 내며 날고 있었다. 반대편에선 연구원들이 220볼트(V) 전원이 3개 연결된 고주파 출력기를 만지고 있었다. 고주파가 나가는 방향을 드론 쪽으로 향하게 한 뒤 전원을 켜자 드론의 프로펠러가 회전을 멈추더니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졌다. 강력한 고주파를 맞은 드론 전자장비가 망가지면서 전원이 꺼진 것이다. 민경찬 한국기술연구소 대표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전파를 발생시켜 전자기기 회로를 태워버리는 전자기펄스(EMP) 폭탄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며 "북한의 군사용 드론이나 국가 주요 시설을 노리는 불법 드론을 막는 장비 개발이 목표"라고 말했다.


    드론을 잡는 '안티 드론(anti-drone)'이 부상하고 있다. 안티 드론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범죄에 이용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방해 전파를 쏴서 드론이 날지 못하게 하고, 다른 무인기를 충돌시켜 드론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네덜란드 경찰은 맹금류인 매를 훈련시켜 공중에서 드론을 낚아채는 시도도 하고 있다.


    ◇보스턴마라톤·다보스포럼 등 중요 행사에 배치


    시장조사업체 마케츠 앤드 마케츠는 최근 세계 안티 드론 시장 규모가 2022년 11억4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10조원 드론 시장에 비해 작은 수준이지만, 연평균 23.9%씩 커질 정도로 성장세는 가파르다. 안티 드론이 주목받는 것은 드론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테러에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티 드론 시장이 커지면서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뿐 아니라 록히드마틴·보잉·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들도 안티 드론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안티 드론 기기는 이미 실전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미국 보스턴마라톤에서는 드론 탐지기를 코스 주변 전봇대와 건물 옥상에 설치하고, 드론을 격추하는 전자파 총을 든 경찰관을 곳곳에 배치했다. 2013년 폭탄 테러를 겪은 이후 코스 근처에 드론 접근을 금지시킨 것. 레이더와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드론 탐지기와 소총 형태 전자파 총은 미국 MIT 출신 공학자들이 설립한 벤처기업 드론 실드가 개발했다.


    영국에서 출시된 '스카이월100'은 바주카포 형태다.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할 당시 경호원들에게 '스카이월 100'이 지급됐다. 이 장비는 그물을 발사해 드론을 잡는다. 드론을 포획하면 그물에 달린 낙하산이 펼쳐져 지면에 안전하게 떨어뜨린다.


    대만 드론비전은 지난해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 주변에서 방해 전파를 쏴서 드론 접근을 막는 실험에 성공했다. 저격하듯 드론을 향해 방해 전파를 발사하면 드론이 조종기와 주고받는 와이파이(Wi-fi) 신호가 차단돼 먹통이 되는 원리다.


    ◇국내서도 안티 드론 개발 착수


    국내서도 최근 안티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론 전문기업 유콘시스템은 직접 드론과 충돌해 추락시키는 무인기 '드론 킬러' 개발을 지난해 마쳤다. 드론 킬러는 감지 장비에서 신호를 받아 시속 180㎞로 표적 드론을 향해 날아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부터 경찰청과 함께 반경 5㎞ 내 드론을 감지하는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 국빈 방문이나 국가 주요 행사에서 경호·보안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소총 형태 전자파 발생기 '재머' 연구에 착수했다. 안티 드론 관련 특허 출원도 2013년 1건에서 지난해 19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용민 ETRI 박사는 "최근엔 전파를 수신하지 않고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비행하는 바람에 방해 전파로도 잡기 힘든 드론이 등장했다"며 "드론의 '창'이 강해지면서 '방패'에 해당하는 안티 드론 기술도 경쟁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