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내수 살리고, 납품 단가 현실화하라"

    입력 : 2017.04.21 09:27

    [중기發 제조업 공동화] [4·끝] 300개 中企 긴급 설문조사


    中企 10곳 중 9곳 "올해 경기침체 계속될 듯"


    58% "직원 채용 계획 없다"
    절반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
    84%가 대선 후보들에 냉소적


    중소기업인들은 새 정부에 바라는 중기(中企) 정책으로 '대·중소기업 거래 관행 개선과 납품 단가 현실화'를 꼽았다.


    본지가 '중기발 제조업 공동화' 시리즈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6.7%가 이렇게 답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지원 확대'(18.7%)와 '노동 개혁을 통한 과도한 인건비 인상 억제'(12%)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이달 7~12일 동안 중소제조업 300개사(社)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중소기업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해 원가(原價)를 낮추면 대기업은 곧바로 '원가가 낮아졌으니 공급가를 깎겠다'고 통보한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혁신을 해도 실익이 없는 '혁신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올해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일부 수출 대기업들만 좋아질 뿐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말했다.


    중기인들은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경제정책으로는 '내수 활성화'(35.3%)와 '대·중소기업 상생경영'(24%)을 꼽았다. 최우선 경제 정책으로 '재벌 개혁'을 택한 응답자는 11.7%에 그쳤다. 장기 불황에 빠진 내수 살리기에 주력하고 대기업 때리기보다는 대기업을 잘 활용하자는 뜻이다.


    올해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년과 비슷(49%)', '다소 나빠질 것'(30.7%), '매우 나빠질 것'(10%) 등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10.3%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에 대해서도 '올해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는 응답은 58.7%에 달했다. 중소기업들은 채용을 안 하는 이유로 '경영 악화와 사업축소'와 '인건비 부담 가중'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응답업체의 절반가량(45.7%)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 중 56.8%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이유로 '한국인 신규 인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중기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점점 심해지거나 매년 비슷하다고 답했다. 중기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입사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인의 59.3%가 '대기업과 임금 격차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열악한 근무환경'(21.3%),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16%) 순이었다. 실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兩極化)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94만원으로, 대기업(485만원·2015년 기준)의 60.6%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인들은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중소기업 우선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대선후보들이 집권 후 중기 중심의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 중소기업인이 '크게 기대 안 한다'(62.7%), '구호만 외칠 뿐 대기업 중심으로 갈 것'(21.7%)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