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로봇·요트·스피커로... 영역 넓히는 車업체

    입력 : 2017.04.17 09:02

    [미래시장 개척 위해 진출 잇따라]


    현대車, 2020년 의료용 로봇 양산
    렉서스는 '요트 콘셉트' 선보여
    람보르기니는 車 1대값 스피커
    페라리는 1000만원대 의자 공개


    "원천기술 바탕 연관산업 진출… 경쟁력 우위로 시너지 노려"


    도요타는 오는 9월 의료용 로봇을 상용화해 시장에 내놓는다. 뇌졸중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재활 운동을 도와주는 로봇을 의료기관에 대여하는 사업. 초기 설치 비용 100만엔(약 1050만원)에 매달 35만엔(약 367만원)을 임차료로 받을 예정이다. 재활 시설을 갖춘 일본 전국 1500여 개 의료기관을 잠재 고객으로 보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 보행을 돕는 의료용 기기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작업을 보조하는 산업용 로봇, 노약자 이동을 돕는 기기 등 3가지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2020년 의료용 로봇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는 대규모 조립 장치 설비를 갖췄고 인체공학적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9년 중앙연구소를 출범하면서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이처럼 한·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가 로봇 분야에서도 각축전을 벌이는 것을 비롯,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이외 영역으로 '외도(外道)'를 감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등이 등장하면서 자동차와 비(非)자동차 간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의료업계는 앞으로 3년 내 웨어러블 로봇을 포함한 의료용 로봇 시장 규모가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트·스피커 만드는 자동차 업체


    렉서스는 지난 1월 '스포츠 요트 콘셉트'를 선보였다. 렉서스 F모델과 럭셔리 쿠페 LC에 적용하고 있는 'V8기통 5.0 엔진' 2개를 탑재, 최대 출력 885마력에 최고 시속이 78㎞에 달한다. 선체는 자동차 차체에 쓰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이면서 무게는 기존 요트보다 1t 정도 줄였다. 조만간 스포츠 요트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부가티는 지난달 럭셔리 요트 '니니에티 66'을 공개하고 66대를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부가티 수퍼카 '시론'의 상징인 푸른 색상과 측면 라인을 활용했다. 대당 가격은 30억원에 육박한다. 자동차 업체가 요트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엔진과 차체 제조 기술을 해양 이동수단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게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애스턴마틴도 요트를 내놓은 바 있다.


    시트와 음향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페라리는 지난 11일 이탈리아 가구 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제작한 사무용 의자를 공개했다. 페라리 경주용 차 시트에 적용하는 설계 디자인과 탄소섬유·알루미늄 등 소재를 사용했다. 가격은 개당 7500~1만유로(약 910만~1200만원)이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스피커 전문 회사와 함께 중형차 1대 가격에 맞먹는 스피커를 내놓았다.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아벤타도르'에 실제 쓰는 배기관과 엔진음 시스템을 적용했다. 길이 125㎝, 너비 65㎝, 높이 50㎝ 크기에 골격은 탄소섬유를 썼다. 가격은 2700만원 선.


    첨단 기술도 응용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해 9월 '자율주행 의자'를 선보였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레이더를 탑재, 알아서 정해진 장소로 이동한다. 앞 의자를 인식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가는 기능과 지정된 경로에 맞게 자동으로 정지하거나 출발하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 3월 일본 하네다공항의 카레우동 전문점에서 시연해 관심을 끌었다. 닛산 측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적용할 수 있고, 노약자들에게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시너지 노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건 사업 다각화 차원이다. 기존 업체 간 경쟁은 가열되는데, IT 업체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인터넷으로 연결된 첨단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자동차 산업 경계까지 무너져 본연의 자동차 사업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결과다. 현대차와 도요타가 진출한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아우디·BMW·혼다도 연구를 진행 중이고 전체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회사들이 앞선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연관 사업에 진출할 경우, 경쟁력 우위를 활용할 수 있고, 사업 다각화로 확보한 기술을 자동차 제조에 접목하는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