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전세자금 대출... 음성 인식 AI로 송금·환전까지

    입력 : 2017.04.13 09:18

    [인터넷 전문 은행에 맞서 시중 은행들도 모바일 전략 강화]


    은행 영업점 방문없이 각종 증빙서류 스캔해서 전송
    KB국민, 1인 가구용 스마트적금 출시 열흘 만에 1만 계좌 돌파
    신한, 주택담보·신용대출 가능… 우리, 아파트 분양후 잔금 대출도
    IBK기업, 앱 환전 때 환율 우대… NH농협, 카카오톡 채팅 상담


    직장인 김지수(33)씨는 최근 한 시중 은행의 모바일 앱을 통해 전세 자금에 쓰기 위해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김씨는 "2년 전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소득증명서 등 각종 자료를 내야 했는데 이제는 관련 서류를 스캔해서 모바일로 제출했더니 대출이 되더라"고 했다.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 은행이 본격 영업을 시작하자 기존 시중 은행들도 모바일 전략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바일을 통해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한편 모바일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혁신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에는 없는 모바일 전·월세 대출, 잔금 대출


    최근 은행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비(非)대면 금융 상품 강화다. 아직 인터넷 전문 은행에서 예·적금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상품만을 취급하는 만큼 전·월세 대출, 잔금 대출 등 여타 상품을 모바일화(化)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서 제출해야 했던 각종 증빙 서류는 사진이나 스캔본을 모바일 앱으로 전송하거나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받는 식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부터 고객이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예·적금담보대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차·중고차 구입 대출, 개인사업자 신용보증대출 등 대부분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상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한 '써니 전·월세대출'의 경우 부동산 중개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 체결 후 계약금으로 보증금 5% 이상을 내면 은행 방문 없이도 써니뱅크 앱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약 근저당권 설정을 위한 서류 등 서면 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외주 업체 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해당 서류를 받아간다.



    우리은행도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에서 신용대출과 일반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아파트 잔금 대출, 전세금대출 등 다양한 비대면 대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위비아파트대출'의 경우 은행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아파트 담보대출보다 0.1%포인트 금리가 저렴하다. '위비잔금대출'은 아파트 분양을 받았고,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고객이 대상이다. 스마트폰 앱에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 뒤 한도·금리 등 대출 조건 등을 확인하고 대출을 진행하면 된다.


    아직 인터넷 은행이 진출하지 않은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 서비스를 함께 제공)와 환전 업무에서는 여전히 시중 은행이 강세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고객이 직접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 방카 시스템'을 도입했다. SC제일은행 고객은 생년월일과 성별만으로 5개 보험사에서 출시한 11개 상품의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인터넷 은행을 통해서는 외화를 현찰로 받을 수 없는 만큼 환전 서비스도 은행의 모바일 채널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4일 출시한 'i-ONE 모두다 환전' 서비스는 모바일 뱅킹 앱으로 환전을 신청할 경우 90% 환율 우대를 해준다. 기업은행 계좌가 없거나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기업은행의 i-ONE뱅크 앱에서 환전 신청을 한 뒤 가상 계좌에 30분 내로 환전 금액을 입금하면 된다. 신청 당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외화를 현찰로 받을 수 있다.


    ◇모바일 서비스 '똑똑하고, 자세하게'


    모바일 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선보인 음성 인식 AI 뱅킹 서비스 '소리(SORi)'가 대표적인 예다. 음성 인식 및 AI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의미를 파악해 금융 거래를 실행하는 '금융 비서' 역할을 한다. 우리은행 스마트뱅킹 앱에서 소리 아이콘을 클릭하면 음성 명령으로 계좌 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거래를 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작년 말에 일대일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금융 업무를 상담해주는 '금융봇(bot)'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톡에서 'NH농협은행' 친구 추가를 한 뒤 일대일 채팅을 통해 상품 안내, 자주 묻는 질문, 이벤트 안내, 이용 시간 안내, 올원뱅크 바로 가기 등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새로운 온라인 채널 '모바일브랜치'를 출시했다. 별도 앱 설치나 회원 가입 없이도 원하는 KEB하나은행 영업점을 지정한 뒤 해당 영업점의 모바일 페이지에서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신용대출 심사에 필요한 증빙 서류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제출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5월부터는 모바일브랜치를 이용하면 신규 계좌 개설도 5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바일 세대'를 겨냥한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인 가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스마트폰 전용 상품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을 내놨다.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에 맞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적금 가입 고객에게 모바일 반찬 가게 '배민프레시'의 무료 반찬 쿠폰을 주고, KB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신(新)주말 상해사망후유장해보험, 자동차 사고 시 성형 치료비 보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출시 10일 만에 1만 계좌를 돌파할 정도로 1인 가구의 관심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