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덕에 살아난 생산·투자... 소비도 눈 떴다

    입력 : 2017.04.12 09:33

    [기재부 '최근 경제동향' 발표]


    - 백화점·할인점 매출 3월 반등
    수출 작년 11월 이후 계속 증가, 2월 설비투자는 19.5% 늘어


    - 국내외서 한국 성장률 상향 조정
    사드·북핵 등 악재 아직 많아 경기 회복 속단은 금물


    1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수출 현장을 점검하려고 이곳을 찾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생산 시설을 둘러보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유 부총리는 "1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반도체의 수출 회복세가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소비까지 반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4월호'에서 "수출 증가로 생산·투자도 개선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내수도 살아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변수가 많아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이 경기 회복 이끄나


    경기 회복의 신호는 먼저 수출에서 엿볼 수 있다. 올해 3월 수출은 반도체·석유제품 등 주력품목이 활기를 띠며 작년 3월보다 13.7% 증가했다. 수출은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늘어났고, 66개월 만에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월 수출액은 석유제품이 63% 증가(전년 동월 대비)하고 반도체(41%), 석유화학(36%)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이 66개월 만에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생산과 투자도 개선되며 그동안 부진했던 소비까지 반등해 모처럼 경기에 훈풍이 부는 듯 하다.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롯데 그랜드페스타' 세일 행사장에 고객들이 몰려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수출이 되살아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침체를 겪은 세계 경제가 미국을 필두로 작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10월 3.1%로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1월 3.4%로 끌어올렸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세계 1위를 지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고, 저유가에서 벗어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생산·투자·소비도 되살아나


    수출이 기지개를 켜면서 생산과 투자 증가가 뒤따르고 있다. 작년 2월과 비교해 올해 2월에 설비투자는 19.5%, 제조업 생산은 7% 증가했다.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인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오는 6월부터 생산에 들어가고,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에 15조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대폭 보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소비도 겨울잠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월에는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전년 동월과 비교해 둘 다 마이너스였지만 3월에는 각각 1.7%, 3.2% 증가세로 반등했다. 휘발유·경유 판매량도 3월에 4.8% 늘어났고, 올 들어 카드 승인액이 계속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개 주요 해외투자은행(IB)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가 당초 2.4%에서 최근 2.5%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중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에 한국은행은 2.5%, KDI는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사드 보복에 북한 리스크까지 악재 많아


    그러나 경기 회복세에 올라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는 암초가 여럿이라 속단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우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방한(訪韓)한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3월보다 39% 급감해 관련 업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북한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올해 2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89로서 1분기보다 21포인트 올랐지만, 11분기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했다. 100을 넘어야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고 100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의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출 증가량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에만 몰려 있고 나머지는 미미한 상황이라 수출 호조세가 길게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경기가 좋은 미국이 계속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도 국내 경기에는 악재"라고 했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가계부채가 많고 실질 소득이 정체를 보이고 있어 소비가 좋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반짝 좋은 흐름을 보이는 수출을 보면서 안심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