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효과' 빼면... 코스피 1900선

    입력 : 2017.04.11 09:38

    [삼성전자 쏠림 현상 심화]


    삼성전자가 시총의 20% 차지
    6년간 주가 상승분 제외하면 현재 코스피보다 250포인트 낮아
    삼성전자 주가는 너무 높고 나머지 대기업들 맥 못추다 보니
    개인들은 선뜻 투자할 곳 없어


    지난달 13일부터 약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웃돌고 있지만, '대장주(株)'인 삼성전자의 고군분투 덕분이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를 2011년 4월 6일 가격에 고정한 채 매년 같은 날짜의 코스피지수를 산출해본 결과 올해 4월 6일 현재 '가상 코스피지수'는 1898.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는 1980년 1월 상장 종목 시가총액을 100으로 볼 때 현재 시가총액 크기를 뜻하는데, 이번에 산출한 가상 코스피 지수는 삼성전자 주가만 2011년 4월 6일 가격(종가 92만3000원)을 유지하고 삼성전자 이외의 변수 즉, 다른 종목 가격이나 주식 수 등은 계속 변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4월 6일의 코스피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2017년 4월 6일 가상 코스피지수 1898.88은 이날 실제 코스피지수 2152.75와 비교해보면 25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지난 6년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분을 빼고 나면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배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에 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효과' 빼면 코스피 5년째 1900선 아래


    2011년 4월 초 코스피지수는 현재와 거의 비슷한 2120~2130선을 오갔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원이 채 안 되는 92만원 수준이었다. 이듬해인 2012년 4월 코스피는 2000선을 사수했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130만원대로 올라선 영향이 컸다. 2013년 1900선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삼성전자가 150포인트 넘게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주가를 92만3000원에 고정한 '가상 코스피지수'의 경우, 2012년 1920선, 2013년 1760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횡보하는 동안 코스피도 1900~2000선 초반 박스권에 머물렀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자 코스피가 덩달아 탄력을 받아 지난달 단숨에 2182.42까지 치고 올라간 것이다.


    '삼성전자 효과'를 빼면 코스피는 여전히 1800대 후반에 불과하다. 작년 4월에 비해 코스피는 180포인트 가까이 올랐지만, 삼성전자 주가를 92만3000원에 고정한 수치로 비교하면 겨우 10포인트 남짓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지수뿐만 아니다. 2011~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을 봐도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9조2000억원으로, 2011년 대비 약 13조원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 2~7위 6개 기업의 이익 합계는 2011년 3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29조4000억원으로, 5년 새 3조3000억원 줄었다. 실물 경제에서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뜻이다.


    ◇개인 "지수 올랐는데, 투자처가 없다"


    코스피의 증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대다수 투자자는 코스피를 상승장·하락장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문제는 삼성전자 착시 현상이 심해지면서, 코스피는 계속 오르는데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증시는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대기업이 맥을 못 추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실적 전망이 밝고, 증권가의 목표 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290만원으로, 국내 일부 증권사는 285만원까지 올려잡았다.


    하지만 주당 2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사기 어렵다. 실제 삼성전자 주식은 외국계, 국민연금 등이 98% 가까이 들고 있고, 개인 보유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가 함께 올라도 개미들은 '과실'을 따먹기 어려운 종목이란 얘기다.


    모처럼 대형주 장세가 찾아왔지만, 주가가 너무 비싼 삼성전자 주식은 사기 어렵고, 2015년 상반기까지 투자 열풍이 불었던 제약·바이오 종목, 중국 관련주(株)가 침체에 빠지면서 개미들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분의 70% 이상이 삼성전자에서 나오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빼면 국내 증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당분간 이런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