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유럽증시... 수익률 33% 펀드까지

    입력 : 2017.04.07 09:40

    英·獨·佛 유럽 3대 증시 최근 1년간 20% 올라
    유럽 국가들 재정 지출 늘리고 유로화 低평가, 유동성 확대


    "유럽 증시의 잠재력이 미국보다 높다. 유럽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립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최근 유럽의 경제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미 증시보다 유럽 증시의 전망이 더 밝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한 주식 중개인이 종목별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지난 1년간 27% 상승했다. / 블룸버그


    그는 "유럽 증시는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와 정치적 리스크로 상당히 저(低)평가돼 있다"며 "하지만 유럽은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은 벗어났지만 인플레이션엔 이르지 않은 상태) 사이클에 합류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은 실업률과 남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재정 적자 등으로 허덕이던 유럽 경제가 최근 들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3대 증시는 최근 1년간 20%가량 상승했다. 유로존의 3월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6.7을 기록하며 예상치(55.8)와 전월(56.0) 기록을 웃돌았다.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발생 직전의 수치까지 회복되고 있다. PMI는 대표적 경기 선행지표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축소를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 스테이트 스트릿은 최근 "유럽 증시가 '정치 불확실성 감소, 기업이익 개선, 저가 매수 기회'라는 삼박자의 호재가 출현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봄기운… "유럽 주식형 펀드 노려라"



    찬바람 불던 유럽 경제에 최근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의 재정수지 개선에 따른 지출 확대, 저(低)평가된 유로화, 민간 부문 유동성 확대가 유럽 경제 호조세를 이끌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4년 이후 유로존 재정수지는 개선이 뚜렷하다"며 "올해는 회원국 대부분이 재정수지 가이드라인(GDP의 3% 이내 재정적자)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재정지출 확대 여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선거 일정들로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수출이 늘고, 유럽은행(ECB)이 돈줄 죄는 것을 최대한 늦추며 시중에 계속 돈이 돌게 한 것도 경제 회복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쉽게 유럽 경제에 투자하는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각종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ETF는 특정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펀드다. 지수 상승률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ETF도 있다. 유럽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가 전문가나 기관에 비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간접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유럽주식형 펀드 중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50레버리지상장지수(주혼-파생)(합성 H)'다. ETF인 이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은 33.78%에 달한다. 이 펀드가 추종하는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지난 6개월간 16%가량 상승했다. 실제 지수 변동률에 가중치(보통 2배)를 주는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지수 상승 시 수익률이 급등한다. 하지만 반대로 지수 하락 시에는 손실폭이 그만큼 커서 유의해야 한다. '신한BNPP유로인덱스자(H)[주식-파생](종류A1)'과 'KB스타유로인덱스자(주식-파생)A', 'KB유로주식인덱스자(주식)A클래스' 등의 펀드도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17~18%로 높은 편이다. 유로주식 인덱스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주가지수 선물이 아닌 주식에 투자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신흥국주식형 펀드 중에는 'KB이머징유럽자(주식) A 클래스'가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16.2%).


    ◇리스크보다 매력이 더 커진 유럽 증시


    일각에서는 유럽 투자 시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와 같은 대형 악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기업들의 신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유럽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요소에도 올해 남은 기간 유럽은 분명 매력적 투자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유럽을 좋게 보는 이유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 경제 블록인데, 정치 리스크 등 내부적인 여러 가지 이슈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오다 최근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라며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승리하지 못했고, 유럽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드디어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하면서 유럽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프랑스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프랑스 국민들은 프렉시트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탈리아 일부 은행의 부실 문제가 유럽 전체 은행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낮다"며 "미국은 이미 오랜 기간 경기 확장기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리세션(경기 후퇴)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유럽보다는 미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