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구글·애플... '4차 혁명株'를 찾아라

    입력 : 2017.04.07 09:05

    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봇·가상현실… 4차 산업혁명 투자법


    페이스북 등 美 기업뿐 아니라 대만 TSMC·일본 화낙 등 주목
    퓨전데이타·어보브반도체 등 국내 중소기업 종목도 유망
    인공지능 관련 ETF 'ROBO US' 최근 1년 수익률 30% 넘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D 프린팅, 로봇, 드론, 자율주행, 스마트홈, 가상현실(VR)···.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산업 현장을 넘어 재테크 시장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관련 기술을 갖고 있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대선 주자들도 4차 산업혁명을 국정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하이테크놀로지 기술·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금융사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도록 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속속 도입하면서 핀테크(금융+기술)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대표 종목 직접 투자


    4차 산업혁명 투자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식 직접 투자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에 직접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것이다. 기반 기술을 대부분 미국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 대표주(株)도 미국 증시에 많다. 인공지능의 경우, 구글(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 종목에 해당한다. 클라우드/빅데이터 대표주로는 IBM과 오라클, 사물인터넷은 시스코, 자율주행은 엔비디아, 퀄컴, AMD 등이 있다. 이 밖에 페이스북과 애플은 물론, 국내 증시의 삼성전자와 대만 증시의 TSMC 등 4차 산업혁명 기반이 되는 반도체 기업, 일본 증시의 화낙 같은 로봇 기업 등도 4차 산업혁명 관련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은 대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동시에 키워나가고 있다. 기술 간에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파벳은 인공지능뿐 아니라 로봇, 클라우드,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퀄컴도 사물인터넷의 핵심인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NXP를 인수해 사물인터넷 관련 종목으로 꼽히기도 하고, 삼성전자도 사물인터넷뿐 아니라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대부분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에도 관련 종목을 찾아 투자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퓨전데이타, 사물인터넷 핵심 칩(MCU) 제조 기업인 어보브반도체, 산업용 로봇 분야 기업인 삼익 THK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DSC인베스트먼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을 발굴하는 벤처투자업체들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분산 투자로 안정성 높인 글로벌 ETF


    혁신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위험 부담이 큰 편이지만, 펀드로 분산 투자하면 개별 종목이 아닌 산업·기술 자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미국 증시 등에 상장된 글로벌 ETF가 요즘 큰 인기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주도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데, 최근 수익률도 높다.


    지난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인 'ROBO US'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이 31.4%에 달한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이 기초자산인 'SKYY US'도 같은 기간 30% 넘는 수익을 올렸다. 사이버보안 관련 ETF(CIBR US), 멀티미디어 관련 ETF(IGN US) 등도 연 수익률 20%가 훌쩍 넘는다.


    국내에도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들이 출시돼 있다.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 가운데 IT 관련주만 추려내 추종하는 미래에셋TIGER200IT ETF가 대표적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 설정액 751억원으로 국내 IT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이 상품은 연초 이후 수익률 15.6%, 1년 수익률이 42.7%에 달한다. 이 밖에 미래에셋TIGER반도체 ETF, 삼성KODEX반도체 ETF 등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1년 수익률이 25%가 넘는다.


    ETF가 아닌 일반 주식형 펀드 중에는 저평가된 IT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하나UBS IT코리아, 신한BNPP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 등이 있다. 또 재간접 펀드 중에선 전 세계 IT 기업에 투자하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와 글로벌 로봇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픽테로보틱스'가 대표적인데,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는 출시 2년이 채 안 돼 순자산 1000억원을 넘어섰다.



    ◇"4차 산업혁명은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로 이어질 우려"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의 강점은 '성장성'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가 대형 IT주가 주도하는 장세로 흘러가는 데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련 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다른 업종·분야에 비해 IT 섹터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뜻이다.


    그만큼 투자 위험도 높다. 시간이 갈수록 4차 산업혁명의 승자 기업과 패자 기업 간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IT 업종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큰 데다 핵심 기술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이 바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초 발생했던 이른바 'IT 버블 붕괴'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당시 많은 투자자가 기업 실적 대신 미래 기술의 환상만 갖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서면서 '닷컴'이란 단어만 붙으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가 고꾸라지는 사례가 속출했다.


    국내 4차 산업혁명 환경이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고, 관련 기업들이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전이라는 점도 위험 요소다. 미래 성장성을 믿는 투자인 만큼 수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단 얘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할 때는 종목 선별이 특히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그 혁신을 통해 장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메가 트렌드'임은 분명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기업이 없는 상태"라며 "글로벌 ETF 등 대신 국내 중소형 기업에 직접 투자할 때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 기존 일반 산업에 인공지능·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산업상의 혁신적 변화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