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회심의 카드는 '모바일 직불 결제'

    입력 : 2017.04.06 09:43

    [인터넷은행 2호도 본인가 받아]


    카톡 사용자 3000만명 활용,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서비스
    저신용자에도 소액 대출해주고 해외 송금 수수료 10분의 1로
    銀産분리 족쇄, 여전히 발목잡아


    인터넷 전문 은행(인터넷은행) '2호'가 닻을 올렸다.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K bank)가 지난 3일 영업을 개시하고 순항 중인 가운데 두 번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kakaobank, 법인 이름은 '한국카카오은행')가 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았다.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 1위인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가 주도해 설립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6월쯤 선보일 인터넷은행의 주요 상품·서비스를 이날 공개했다.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을 동력(動力)으로 성장한 회사답게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모바일(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모바일 퍼스트'를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3000만명이 넘는 국내 카카오톡 사용자를 활용하는 한편 스마트폰 사용자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구축해 금융업에서도 모바일 강자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PC용 서비스도 함께 출시해 '투 트랙 모델'을 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해외 송금 "은행보다 90% 싸게"


    카카오뱅크의 기본 전략은 케이뱅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점을 없애 절약한 비용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 이자가 비교적 싼 대출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주주 회사인 SGI서울보증(지분 4%)의 보증 서비스를 활용해 중신용자(신용 4~6등급, 신용등급은 통상 1~10등급이고 숫자가 좋으면 신용도가 높다는 뜻임)뿐 아니라 저신용자(7등급 이하)에게도 소액 대출을 해준다는 점은 케이뱅크와의 차별점이었다. 카카오뱅크는 또 카카오택시(카카오가 운영하는 모바일 콜택시) 운행 기록, 온라인 쇼핑몰 사용 실적 등을 종합한 새로운 신용등급 산정 체계도 선보일 계획(2019년 예정)이다.



    해외 간편 송금도 케이뱅크엔 없는 서비스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이날 "카카오뱅크의 해외 송금은 케이뱅크와 다른 대표적인 차별점으로 편의성,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해외 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 등 거래 규모가 비교적 큰 서비스는 영업 개시 시점엔 선보이지 않고 서비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선보이겠다고 카카오뱅크는 밝혔다.


    ◇인터넷은행 기대 넘는 호응… 은산 분리는 아직 '걸림돌'


    카카오뱅크가 시기를 적시하지 않고 '앞으로 차차' 내놓겠다고 밝힌 서비스에선 케이뱅크와 명확하게 차이가 났다. 물건을 살 때 현금을 내거나 신용카드를 쓰는 대신 휴대폰을 활용해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바로 돈을 지불하는 모바일 직불 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구축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위챗페이의 '한국판(版)'을 표방한다. 모바일 직불 결제는 신용·체크카드 결제 때 밴(VAN)사 등에 내야 하는 돈을 아낄 수 있어 가맹점 수수료나 신용카드 연회비 등을 아낄 수 있다. 중국은 모바일 직불 결제 규모가 38조위안(약 6200조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신용·체크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어 아직은 모바일 결제가 낯설게 여겨지는 상황이다.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출발이 늦은 한국의 인터넷은행은 벌써부터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케이뱅크는 서비스 개시 3일 만에 8만8513개 계좌가 개설(5일 오후 3시 기준)되고 6633명이 대출을 받아가는 기대를 뛰어넘는 호응을 얻었다. 연 2%를 주는 예금('코드K 정기예금')은 1회차 200억원어치가 예상보다 빠른 3일 만인 5일 오후 5시쯤 '완판'(판매 완료)돼 추가 판매에 돌입했다.


    그러나 '금융에 IT 기업의 혁신을 심는다'는 기존 취지를 달성하기엔 인터넷은행에 한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 문제가 정치권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서비스 확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는 IT 기업인 KT와 카카오가 설립을 주도했지만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 회사들은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으로 늘리지 못한다. 두 인터넷은행의 최대 주주엔 여전히 기존의 금융회사(케이뱅크는 우리은행,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