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공지능·5G 주도"... KT·SKT '신경전'

    입력 : 2017.04.06 09:32

    [신사업 놓고 치열한 홍보전]


    - 5G 상용화 시점 경쟁
    KT "2019년 세계 첫 상용화", SKT "표준도 안 정해졌는데…"


    - 음성인식 AI기기로 '확전'
    SKT가 '누구' 출시하자 KT는 '기가지니'로 맞대응
    "5G 스마트폰도 아직 없는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어야"


    무선통신 1위 SK텔레콤과 유선통신 1위 KT가 5G(5세대 이동통신),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사업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5G 상용화 시점을 놓고 설전(舌戰)을 벌이는가 하면, 음성인식 AI에 국내 최초 서비스를 추가했다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홍보전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이들 신사업에서 뒤처지면 현재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VS 기가지니, 음성인식 AI 대결


    KT는 국내 1위 증권업체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음성인식 AI '기가지니'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기가지니에게 "지니야, 오늘 주식시장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99% 상승한 2178.38포인트로 마감했으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두 회사는 3분기쯤 이 같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금융상품 추천, 계좌 개설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임헌문 KT 사장은 "금융뿐 아니라 다양한 협업 서비스를 출시해 올해 안에 기가지니 가입자 5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KT가 아직 개발도 하지 않은 서비스의 출시 계획부터 발표한 것은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성인식 AI 기기 누구(NUGU)를 출시했고 지난달 30일부터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와 연계해 국내 최초로 음성인식 쇼핑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음성인식 AI 분야에서는 올 1월 기가지니를 출시한 KT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누구는 음악 재생, 일정 알림, 피자·치킨 주문 배달 등 17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가지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 일정 알림, 교통 정보 등 8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을 추격하는 입장인 KT가 금융 서비스만큼은 먼저 개발하겠다고 선포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5G 상용화 시점 놓고 말다툼


    5G도 싸움터다. 5G는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40배 이상 빠른 이동통신을 말한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기조연설에서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5G 기술표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KT가 말만 한다고 상용화가 되는 것인가"라며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지난달 27일에도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T가 2018년 시범 서비스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SK텔레콤은 표준이 완료되고 난 후에나 5G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5G 서비스 홍보 경쟁도 치열하다. KT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제공할 첨단 중계 서비스와 5G 자율주행 버스를 최근 평창에서 시연했고 이에 맞서 SK텔레콤은 5G 커넥티드카와 AR(증강현실) 서비스 등을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에서 선보였다. 지난 3일에는 황 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미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버라이즌의 로웰 맥아담 회장을 만나 각각 5G 협력을 논의했다며 앞다투어 보도자료를 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G용 스마트폰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과도하게 의욕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두 회사가 선보인 VR(가상현실)·AR 등은 이미 LTE에서도 활용 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마존·구글 등이 한국어 음성인식 AI를 도입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SK텔레콤·KT는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