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테슬라, 114세 '자동차 제국' 넘다

    입력 : 2017.04.05 08:57

    [오늘의 세상] 주가 치솟아 포드 시가총액 추월


    - "전기차가 미래 車산업 대세"
    3900만원대 '모델3' 7월 출시, 안전 논란 털고 2조원 투자 유치
    미국 자동차 1위 GM까지 넘봐… 머스크의 우주개발 사업도 탄력


    '몽상가'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설립된 지 14년 만에 시가총액에서 114년 역사의 포드 자동차를 넘어섰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7.27%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인 298.52달러에 마감됐다. 시가총액은 487억달러(약 54조4500억원)로 포드(456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고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GM(512억달러)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테슬라의 시총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도요타·다임러·폴크스바겐·BMW·혼다 등에 이어 7위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33조원)와 기아자동차(15조원)를 합친 것보다 많다. CNN은 "테슬라가 시총 540억달러인 5위 혼다도 곧 따라잡을 기세"라고 평가했다.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보급해 지구 환경오염을 늦추고 화성(火星) 식민지를 개척하겠다는 머스크의 공상과학(SF) 같은 꿈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골리앗 넘어선 다윗


    테슬라와 포드는 매출이나 판매 대수 등 모든 면에서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할 수 있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로드스터·모델S·모델X 등 세 종류의 차량만 출시했고 지난해 판매량은 7만6000여대에 그쳤다. 작년 매출 70억달러(약 7조8200억원)에 7억73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반면 포드는 지난해 665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1520억달러(약 170조원)의 매출과 45억96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매출만 따져도 포드가 21배나 더 많다.



    외신들은 겉으로 보이는 실적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를 테슬라의 미래 가치에서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6개월이나 6년 후에 더 거대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반면 GM이나 포드에는 아무도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라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테슬라에는 호재가 넘쳐난다.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나 늘어난 2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의 사망 사고가 테슬라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났고, 생산·배송 지연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판매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에서 17억8000만달러(약 2조원)를 투자받으며 곳간을 채웠고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 증설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7월 출시를 앞둔 저가 모델인 모델3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델3는 테슬라 앞에 놓여진 가장 큰 장애물인 '전기차 대중화'라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모델"이라며 "머스크는 모델3를 출시하면 내년까지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모델3를 올 4분기에 매주 5000대, 내년에는 매주 1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기존 모델들이 7만~9만달러 수준인 것과 달리 모델3는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고 미국 내에서는 750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태양광·우주개발도 순항


    테슬라 주가 상승과 판매 확대는 머스크의 다른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이외에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와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반면 당장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사업들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머스크가 전기차에서 번 돈을 새로운 사업에 쏟아붓는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며 "전기차가 탄력을 받으면 다른 사업도 이른 시일 내에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달 30일 역사상 최초로 한 번 발사했던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스페이스X는 내년에는 달에 관광객을 보내고, 2022~2025년에는 화성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번 세기 안에 100만명 규모의 도시를 화성에 건설하는 것이 머스크의 최종 목표이다.


    솔라시티 역시 최근 태양광 패널 신제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머스크는 미국 내에서 태양광 패널 무상 설치와 20년 임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