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 불자... ELS에도 '봄바람'

    입력 : 2017.04.03 09:06

    - "주식은 겁나고 펀드는 못 믿고"
    3월 조기상환 사상최대 9조 돌파… 다시 ELS 재투자로 이어져


    - "홍콩 H지수 악몽 잊어선 안돼"
    기초 자산 다양화하지 않으면 1년 전 ELS 쇼크 반복될 수도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재테크 시장에서 'ELS(주가연계증권)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나 종목 같은 이른바 '기초 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연 5∼8%)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파생 상품이다. 보통 주식 직접투자보다는 위험이 낮으면서도 예·적금, 채권 투자보다는 기대 수익률이 높다.


    2015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어진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위기를 맞았던 ELS는 올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ELS 발행액은 19조89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조5억원)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증시 호조 덕에 조기상환 건수와 금액도 급증했다. 조기상환 건수는 작년 1분기 1229건에서 올 1분기 5931건으로 늘었다. 조기상환 금액은 3조9274억원에서 20조7359억원으로 커져 다섯 배 수준으로 늘었다. 올 3월 조기상환액(9조1062억원)은 2008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다. 지난달 ELS에 1500만원가량 투자했다는 회사원 조모(33)씨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엔 겁이 나고, 펀드는 못 믿겠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ELS가 제일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고수익·고위험 상품 발행도 잇따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상환된 ELS(공모형 기준)의 평균 수익률은 6%, 평균 상환 기간은 1년 2개월이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조기 상환된 자금은 고스란히 다시 ELS 재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기상환액만큼 꾸준히 ELS 발행 규모가 유지되는 이유다.


    ELS는 크게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보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ELS 발행 금액 대비 원금 비보장 상품 비중은 올 1월 70%대에서 3월 90%대로 늘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격적이라는 의미다.


    투자자들의 이런 심리 변화에 발맞춰 증권사들도 앞다퉈 수익성을 강화한 고수익·고위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과 HMC투자증권은 연 수익률 8%대 상품을 출시했고,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연 수익률 10%가 넘는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ELS가 위기를 맞았던 작년 초에는 상황이 달랐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향한 불안감과 경계심이 커지면서 '저위험 ELS'일색이었다. 그러다 1년 만에 ELS 시장의 트렌드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H지수 악몽 잊어선 안 돼"


    최근 ELS가 다시 부상한 것은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 덕분이다. 홍콩H지수만 해도 작년 2월 7500선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만 선 위로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가 좋았던 만큼 지수가 급락할 경우엔 작년 초 국내 재테크 시장을 강타했던 'H지수 ELS 공포'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LS의 대표적인 기초 자산인 H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는 변동성이 크다. 상품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증권사들은 선호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그만큼 더 위험하단 얘기다.


    특히 지난해 금융 당국이 H지수 ELS 발행에 제동을 걸면서 최근엔 H지수 대신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두고 또 다른 형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2월 발행된 ELS의 기초 자산으로는 유로스톡스50지수가 35%로 가장 많았다.


    또 종전까지는 ELS 기초 자산을 2개만 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기초 자산을 3~4개씩 편입하는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기초 자산이 4개라는 뜻은 사실상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에 베팅한다는 얘기인데, 한 곳만 무너져도 손실 위험이 생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도, 투자자들도 1년 전 쇼크를 벌써 잊은 듯하다"며 "ELS 시장이 커진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기초 자산이 다양화되지 않으면 ELS 쇼크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