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판 흔들겠다던 인터넷 은행 '반쪽 출발'

    입력 : 2017.03.31 09:21

    케이뱅크 내달 3일 영업 시작,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출범 앞둬
    지점 없애고 인력 줄여 비용절감… 저렴한 금융 서비스 선보일 계획


    IT기술 이용하려면 새판 필요한데 野 반대로 銀産분리 '올스톱'
    기존은행도 인터넷은행 영역 잠식


    '금융의 메기 역할을 하겠다'며 2015년부터 금융 당국 주도로 추진해온 인터넷 전문 은행(이하 인터넷 은행)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2015년 11월 인터넷 은행이 예비 인가를 받은 지 1년 4개월 만이다.


    금융 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본인가를 받았던 케이뱅크가 4월 3일 영업을 시작하고 '고객'을 맞는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도 4월 5일쯤 본인가를 받을 예정이고,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올해 한국의 금융 소비자들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금융을 체험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인터넷 은행에 한해 허용해주려던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반쪽짜리 은행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수월할 듯 보였던 은산분리 "올스톱 상태"


    인터넷 은행은 지점을 없애고 인력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기존의 금융보다는 저렴한 비용의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은행이 잘 취급하지 않던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 평가, 인공지능이 자산 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신용·체크카드를 탈피한 새로운 모바일 결제 등이 인터넷 은행들이 추진하겠다고 공개한 서비스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촘촘하게 금융 서비스가 마련돼 있는 한국에서 인터넷 은행이 성공하려면 기존의 은행이 엄두를 내지 못하던 파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통상 1~10단계로 나뉘어 있던 신용 등급을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100단계로 세분화해 대출하는 식이다. 이런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기존의 금융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산업의 진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벌이 금융을 '사(私)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대 만들어진 은산분리를 인터넷 은행에 한해 일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방침이었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인터넷 은행의 핵심은 비(非)대면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터넷 노하우를 지닌 KT·카카오 등 IT 기업이 참가한 상태"라며 "이 기업들의 노하우를 금융에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계획 수립 당시 금융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어렵지 않으리라고 보았던 은산분리는 그러나 전혀 진척이 안 되는 상황이다. 작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재벌의 금융산업 진출의 물꼬를 터줄 수 있다'며 은산분리 반대 목소리를 높인 데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 등으로 재벌에 대한 정서가 더 안 좋아지면서 은산분리 논의 자체가 '올스톱'됐다.


    ◇반쪽 출범 인터넷 은행 "사업 확장 쉽지 않다"


    인터넷 은행은 결국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아 기존의 금융회사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어정쩡한 형태로 출발하게 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예비 인가 때부터 1년이 지난 상황이라 인터넷 은행도 언제 풀릴지 모르는 은산분리를 기다리며 더 이상 서비스 개시를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일단 출발은 하지만 중금리 대출 등 핵심 서비스를 위해 증자를 하는 과정마다 지분 문제로 추가 사업 추진이 제약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인터넷 은행을 위해 비대면 규제를 여러모로 풀어주자 기존의 은행이 인터넷 은행의 사업 영역으로 대거 진입한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금융위는 인터넷 은행 때문에 계좌 개설을 위해 반드시 지점을 찾아야 했던 규제를 완화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규제가 풀리자 지난 1~2년 사이 시중 은행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통해 계좌 개설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내놓았다. 모바일 중금리 대출 역시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대출', 신한은행의 '써니 모바일 중금리 대출', KEB하나은행 '1Q 중금리 대출' 등이 나와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