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맞춤 정보·인공지능 코디... 백화점은 혁신 중

    입력 : 2017.03.30 09:38

    불황·고령화에 업계 경쟁 심화… 저성장 지속되자 정신 번쩍
    고객별 선호 브랜드 분석하고 상품 추천하는 인공지능 연구
    미니 점포로 틈새시장 공략 등 매출 절벽 극복 위해 전력투구


    불황에다 고령화, 인터넷·모바일쇼핑 등 유통 채널 확대로 '매출 절벽'에 부딪힌 백화점 업계가 혁신을 통해 저(低)성장 돌파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해 '퍼스널 쇼퍼(개인 쇼핑 비서)' 기능을 강화하는가 하면, 백화점 쇼핑을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미니 점포'를 출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 고객이 고령화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저성장이 지속되던 백화점 업계가 자존심을 버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고객 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이용한 '퍼스널 쇼퍼' 기능 강화


    신세계백화점은 30일부터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쇼핑 정보를 제공하던 DM(우편광고물)을 없애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1:1 맞춤 쇼핑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했던 손님 A와 B가 있다면 각자의 성별과 연령, 지역과 구매 빈도, 최근 구매 제품, 객단가, 주거래 점포, 월별 구매 일수, 요일별 구매 패턴 등의 변수를 분석해 1인당 100개의 선호 브랜드를 정하고, 이들에게 맞는 개인별 할인 정보와 쿠폰, 추천하는 패션 브랜드와 코디 등을 수시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시스템은 구글이나 IBM 등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세계 직원과 국내 통계학자,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이 참여해 4년여 동안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이라 국내 날씨와 계절, 옷을 입는 상황 등에 맞춰 개인별로 정교하게 제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박순민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쇼핑 정보보다 AI를 통한 개인 코디 기능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이 오는 12월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추천봇'은 퍼스널 쇼퍼(개인 패션 추천인)처럼 '고객님 성향에는 이 옷이 잘 맞아요. 좋아하는 연예인 ○○○가 입은 옷이에요' 식의 추천을 한다. 롯데백화점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정식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롯데백화점 옴니채널담당 김명구 상무는 "중장기적으로는 백화점뿐 아니라 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로 이 같은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부터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더현대닷컴에 가상현실(VR)을 적용한 'VR 스토어' 운영을 시작했다. 다른 백화점들이 모바일앱을 통해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목표라면, 현대백화점은 모바일앱을 통해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미니 점포, 자체 브랜드까지 내는 백화점


    백화점 업계는 미니 점포로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그동안 백화점 업계는 '보다 더 크게' 규모를 키우는 것에 치중해 왔지만, 이는 오히려 고객과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새로운 고객 영입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백화점 업계 쇠퇴를 겪은 일본의 미쓰코시이세탄백화점과 영국 존루이스백화점도 미니 점포를 도입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패션 전문점인 언더라이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50명의 제품으로 구성된 이 매장은 서울 이태원·가로수길 등 20~30대 젊은 고객들이 몰리는 지역에 별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홍대와 이대, 가로수길에 문을 연 미니 패션 점포 '엘큐브'에 이어 30일에는 세종시에 리빙 전문 점포 '엘큐브'를 연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새로운 고객층으로 젊은 남성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월 스피커 전문 매장인 제네바와 하만카돈을 열었다. 이 외에도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자체 쥬얼리 브랜드 아디르, 자체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 등을 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