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대신 고급 소비재로"... 對中수출 바꾸자

    입력 : 2017.03.24 10:29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수출, 1~2년간 최대 10조원 줄 듯
    中은 가공무역 비중 줄이는데 한국, 중간재 수출 비중 74%
    품목·수출국가 다변화 시급


    지난 14일 서울 가산동 전자 부품 업체 엠씨넥스 생산 라인.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부품 덩어리)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모두 미국·유럽 등으로 가는 물량. 4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06년 이후 중국 현지 공장 매출이 연평균 50%씩 늘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현지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 매출은 주춤했다. 그러자 회사는 2013년 베트남에 중국보다 10배 큰 규모 공장을 지었고 이후엔 베트남 매출이 매년 30~40%씩 성장했다. 이젠 전체 매출 중 베트남 비중(40%)이 중국(25%)을 넘어섰다. 회사 담당자는 "중국 비중을 낮추지 않았더라면 이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전자 부품 업체 엠씨넥스 공장에서 직원이 자동차용 카메라 부품에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중국 매출 비중을 점점 낮췄고, 최근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 배치 보복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 전체 수출액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편중된 무역 구조는 '차이나 리스크(위험)'를 키우고 안정적인 경제성장 전략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사드 사태가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선 언제든 중국 변수에 쉽게 흔들릴 수 있어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은 가공무역 비중을 줄이고 있는데 우리 수출은 여전히 중간재 위주인 만큼 대중 수출 전략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최대 10조원 감소


    올 들어 2월 현재 우리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9%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작년 2월보다 28.7% 늘어 증가율만으로 보면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이 한류(韓流)나 화장품처럼 심리적 효과가 큰 것부터 손을 댔지만 이 품목들은 우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하지만 중국의 사드 관련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중국 경제 제재 파급 효과 추정 보고서'를 통해 사드 보복으로 향후 1~2년간 우리 수출 감소액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현지에 이미 대규모 생산 시설 투자를 진행한 우리 기업들은 생산된 제품을 중남미·중동 등 국가로 수출하는 '차이나+1'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론 우리 생산 기지와 수출 타깃 시장을 베트남·인도·말레이시아 같은 '포스트 차이나'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시아가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은 우리 수출에서 중국에 이은 제2 교역 상대다. 국내총생산(GDP)이 약 2조7000억달러로 경제 규모가 크고 성장세도 빠르다.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면세점은 태국 방콕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고,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아세안 뷰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대(對)아세안 직접투자는 61억달러로 중국(40억달러)을 크게 앞섰다.


    ◇중간재 의존 줄이고 수출길 이원화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는 우리가 대중 수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다. 중국은 임가공을 통한 가공무역 비중을 낮추고 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수입액에서 가공무역 비중은 2010년 39.0%에서 지난해(29.9%)에는 30% 밑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은 자국산 부품·소재 사용을 늘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독일 수준의 제조업 강국 달성을 목표로 제조업 육성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여전히 가공무역 중심이다. 우리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7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 고도화를 통해 한국산 중간재 수입 비중을 더 낮추면 우리의 수출길은 그만큼 좁아진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중국의 내수 시장에 직접 팔 수 있는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며 "중간재의 경우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와 기술력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를 보일 수 있는 품목을 유지하고 중국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범용 제품은 아세안 같은 신흥국으로 수출길을 돌리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