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패션... 色 다른 전쟁

    입력 : 2017.03.22 09:18

    삼성 '갤럭시S8' 6~7가지 색상, 화웨이도 8가지 색상으로 출시
    소재·도료·증착 기술 발달… 유럽선 밝은 파스텔톤 인기
    아시아, 블랙·골드 잘 팔려


    스마트폰 시장에 '컬러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소재가 다양해지고 도료·증착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제조사들은 컬러를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천 가지 이상의 색상을 대상으로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하는 과정도 스마트폰 개발의 핵심 단계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지면서 컬러가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컬러 마케팅으로 갤럭시노트7 공백 메워


    삼성전자는 이달 말 공개할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6~7가지 색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1일 "고객 만족도 조사와 공정 시험 등을 거쳐 출시할 색상을 모두 확정한 상태"라며 "일단 블랙·화이트 등 3~4가지 색상을 먼저 출시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색상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보라색 제품도 출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컬러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발화 사건으로 단종되면서 시장점유율이 추락할 위기에 처하자 삼성전자는 전작인 갤럭시S7엣지 모델에 블루 코랄, 블랙 펄 색상을 추가했다. 특히 블루 코랄 색상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며 한풀 꺾였던 갤럭시S7 시리즈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런 컬러 마케팅 효과로 갤럭시S7 시리즈는 7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0년 갤럭시S 첫 출시 때만 해도 블랙 한 가지 색상뿐이었지만 이후에는 5가지 이상의 색상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면서 "색상은 직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색상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엣지' 블루 코랄 색상은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위 사진). 중국 화웨이의 신작 P10(아래 왼쪽)과 애플 아이폰7(아래 오른쪽)도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됐다. /삼성전자·화웨이·애플


    애플 역시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로즈골드, 스페이스그레이, 제트블랙 등 애플 제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색상을 추가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8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레드 색상의 아이폰7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G5부터 본격적인 컬러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최근 출시된 G6의 경우 아스트로 블랙, 아이스 플래티넘, 미스틱 화이트 등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독특한 색상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도 최근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P10을 무려 8가지 색상으로 출시하며 컬러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소재·도료·증착 기술 발달 덕분


    스마트폰이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은 소재와 도료·증착 기술이 최근 급속도로 발달한 덕분이다. 스마트폰 외장재로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이나 강화유리가 사용되면서 흠집이나 충격에 강해졌기 때문에 별도의 보호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색상이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속이나 강화유리는 같은 색상이라도 플라스틱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게 됐다"면서 "강화유리의 모양을 조절해 빛 반사를 극대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로 사용하는 금속 재질은 특성상 아무리 매끈하게 만들어도 미세한 굴곡이 생긴다. 손에 잡았을 때 매끄러운 것보다 굴곡이 있는 편이 더 좋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일부러 굴곡을 만들기도 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가 울퉁불퉁한 표면에 도료를 균일하게 증착하는 노하우를 각자 개발해 극비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검은색 하나도 후처리 방식에 따라 수백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이나 성별에 따라 컬러 마케팅 효과도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국가에서는 밝은 파스텔톤의 스마트폰이 인기가 높고, 아시아에서는 골드와 블랙 색상이 많이 팔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항상 들고 다니는 제품이기 때문에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 비중도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