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3%까지 올린다"... 1344兆 가계빚 발등에 불

    입력 : 2017.03.17 09:38

    [금리 인상시대 본격화]


    - 美 인상속도는 완만… 시장 안도
    연준이 두 차례 금리 더 올리면 한국과 역전, 자본 유출 비상

    - 시중금리 작년부터 계속 올라
    금리 높은 제2금융권 대출 급증… 체력 약한 中企 돈줄 마를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다음 날인 16일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큰 폭으로 내려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인상 속도를 완만히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주자 빠른 금리 인상 우려로 크게 올라 있던 환율이 하락하며,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1.6원 내려간 1132.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을 걱정했던 증시에도 안도감이 퍼지면서 이날 코스피는 2150선을 넘어 2150.0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150을 돌파한 것은 2015년 4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이날 시장이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미 연준이 중·장기적으로 3%가 될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 계층이 빚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 오른 금리 인상, 위험한 가계대출


    한국은행은 8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 중이지만,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이미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8월 평균 연 2.70%였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1월 3.16%까지 상승했고,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금리도 같은 기간 5.92%에서 6.09%로 올랐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동안 0.2%포인트 상승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지난 1년여 전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금리가 오르는 데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은행권에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끌어올리라고 주문하고,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타도록 유도한 '안심전환대출'을 출시(2015년)하고, 대출을 심사할 때 소득을 더 까다롭게 보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소득·자산이 비교적 많은 층이 고정금리 대출로 저렴하게 갈아탈 수 있는 길을 주로 열어주었을 뿐, 소득이 낮고 분할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이 금리 인상기에 대처할 수단으로는 충분히 않았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소득 상위 20%인 가구의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의 비중은 10.3%포인트 하락했지만, 소득 하위 20%인 가구는 이 비중이 오히려 0.6%포인트 상승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후 이른바 '풍선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은행의 대출은 줄었지만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의 대출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며 "취약 계층이 질(質)이 낮은 대출로 옮겨가면서 금리가 오를 경우 이들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내수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자금 조달 걱정


    막 오른 금리 인상이 산업계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의 '돈줄'을 마르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채 금리(3년 만기 BBB+·AA― 등급)는 이미 2015년 말과 비교해 약 0.33%포인트(3.485%→3.811%) 상승했는데,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16일 합동 리스크 점검 회의를 하고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총 2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안 팔리는 회사채를 사주거나(6000억원),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신용보증 등을 통해 지원(1조6000억원)하는 방안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한국(1.25%)과 0.25%포인트 차이로 좁혀졌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태에 연준이 전망대로 올해 2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경우 미국 금리가 한국을 앞지르는 금리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1999년과 2005년에도 발생한 적이 있는데, 1999년 5~9월 외국인 투자 자금은 5조5000억원이 빠져나갔고 2005년 8~12월에도 5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