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 "머리로는 혁신하고 가슴으로 소통하라"

  • Interview 유승용
  • Editor 황찬익

    입력 : 2017.03.16 11:06

    <리더피아>는 창간 이후 지난 10년간 각 분야의 다양한 리더를 만나왔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더십이란 무엇이며,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 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다. 리더십에 대한 고민은 <리더피아>의 존재 이유이자, 그 자체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인 이승태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도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열정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 /Photographer 김성호


    "리더십이란 게 참 어려운 개념입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흔히 카리스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이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 거 같아요.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 리더십이냐, 서번트 리더십이냐 하는 구별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 시대와 환경이 어떤 리더를 필요로 하느냐, 사람들이 어떤 리더십을 원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승태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는 부드러움 속에서도 강함,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대상과 각기 다른 조직 특성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지난 美 대선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같은 보수적 국수주의자가 인기를 얻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리더십이란 계속해서 변하는 것,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승태 변호사는 오십 대 초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리더가 돼야 하느냐를 고민한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를 역임하기도 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의 대표변호사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고민이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정치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고 한다.


    "단순히 나도 정치를 해야겠다는 식의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살다 보면 분명히 누군가 나를 원하는 순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가 오기 전에 나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책임져야 할 것과 짊어져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이 변호사는 더 이상 자신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어느 조직에서든 리더의 위치에 있으려면 나름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가정생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인과 아이들은 분명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족구성원들에게 경영자이자 관리자의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생활비를 벌어오는 가장이 전부가 아닌, 가정의 리더로서 가족들을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자리에서도 리더로서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대한민국이 과거 성장, 발전하는 단계에서는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화함과 포용력, 소통도 함께 가진 리더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나아가 둘 모두를 겸비하는 것이 현대의 리더에게는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큰 조직에서뿐만 아니라 작은 조직에서도 두 가지 역할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승태 변호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상을 힘주어 피력했다.


    "사실 리더십이란 곧 '먹여 살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는 가정의 생계를,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에서는 직원과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리더로서 첫 번째 역할이자 덕목입니다. 온화함과 포용력 역시, 구성원이 자신의 자리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리더로서 구성원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마음 놓이게 만들어준다면 조직은 저절로 좋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온화함과 포용력은 리더가 갖춰야 할 두 번째 덕목이다. 이 두 가지를 양립하지 못하면 구성원에게 신뢰받는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머리로는 끊임없이 혁신해서 조직을 먹여 살리고, 가슴으로는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그리고 결국 '사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승태 변호사가 하는 일과 관련된 주제로 옮겨갔다. 그는 스스로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것도, 판검사를 거쳐 변호사가 된 것도 아니었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청년은 공과대학을 지망했다가 떨어지고 법대로 진학했다. 당시 격렬했던 사회적 분위기에 그는 도저히 헌법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배우던 것이 5공화국 헌법이었습니다. 헌법에 의하면 국민은 함부로 체포돼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었는데, 그 당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영장 없이 임의 동행으로, 학생들을 마구 잡아가는 분위기에서 사법고시를 보고 합격한다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부친께서 당시 경찰공무원이었는데, 시위하는 걸 반대하셔서 많이 방황도 했었습니다."


    그 뒤 그는 장교로 복무한 뒤, 결혼까지 하고 나서야 고시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합격 당시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변호사가 되고 난 뒤에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그의 생각은 여전했다.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난 법률시장에서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또한 다른 일을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봤던 것이다. 지금은 환경분야 전문변호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도시건설 전문분야 공부를 많이 했고, 그 일이 더 하고 싶다고 했다.


    "도시라는 게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도시주의, 즉 어버니즘(urbanism)이라고 하는 개념은 휴머니즘(humanism) 없이는 성립될 수 없습니다. 우리 법인 '도시와사람' 이름 역시 거기에서 따왔죠. 이 이름을 처음 생각한 것이 미시간 대학에 유학을 갔던 2010년이었는데, 어번(urban)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개념이었죠. 흔히 도시를 표현하는 시티(city)와는 달리 추상적이면서도 범주가 넓습니다. 도시의 물질과 정신, 문화를 모두 어우르는 개념이 어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뒤 이 변호사는 도시에 푹 빠졌다. 도로, 건축, 도시계획과 설비 모두 중요하지만 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도시를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시와 사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그 둘을 합한 것이 곧 세상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말이다. 유학 당시 150만 인구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도시 디트로이트를 보며, 도시에 생명을 주는 것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고 한다.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70만 명으로 줄면서 도시의 반이 폐허가 됐다.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도시와사람’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환경법 관련 업무를 맡을 때마다, 옆에서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합니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이나 무계획적 도시구획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 도시행정은 정말 문제가 많아요. 층수와 높이, 일조권과 주변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디자인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습니다. 도시에는 엄연한 용도와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승태 변호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일조와 건설, 수질오염과 관련된 모든 소송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란 걸 강조했다. 각 계층의 다양한 문제들이 결국 도시와 관련이 있고, 이는 도시행정 정책에 의해 좌우되며, 결국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정책과 공공기관이 있어야만 이윤을 추구하는 건축 시공사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념과 지역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갈등에 몸을 담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국가입니다.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 정책을 제시하고 정치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토양이 없는 것 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나가야 합니다. 저도 대형 로펌에서 의뢰 받는 일도 좋지만, 그보다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잘못된 공사를 금지시키거나 피해를 배상 받을 때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했다고 느낍니다. 이런 소송을 통해 생각을 바꾸는 건설업체가 있다는 것도 기쁜 일입니다. '아 이런 것이 환경침해가 되는구나' 라고 느끼는 업체가 조금씩 늘어나는 거 같습니다."


    이 변호사는 환경전문 변호사로서 지속적인 소송을 통해 사회 전반의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또한 도시공학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실무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역할을 맡는다면 기꺼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승태 변호사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사실은 언제나 꿈을 꾸고 있다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매일의 꿈이 있고 매주의 꿈이 있습니다. 식사량을 줄인다거나 운동을 늘리는 것,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처럼 작은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는 것이 좀 더 큰 꿈을 향한 준비이죠.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어가려면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를 대비해서 준비하고 기다리고,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믿을만하고 신뢰할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라는 그릇이 만들어지면 다음부터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담길지는 앞으로의 운명이 정해줄 일이죠."


    가까이에서 본 이승태 변호사는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평소 고민과 생각이 많아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고,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전담해온 분야는 환경법과 건축법이었지만, 말이 끝날 때마다 결국 '사람'이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도시와 건축 전문가이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이승태 변호사. 그가 꿈꾸는 모습의 도시가 우리 앞에 곧 나타나기를 기원해본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