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이 움직인다... 투자 전략 새 판 짜라

    입력 : 2017.03.10 09:40

    미국 금리 인상 초읽기… 4大 부문 투자법 살펴보니


    미국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4~15일(현지 시각) 미국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잇단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3월 FOMC 회의에서 고용·물가 지표가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평가할 것이고, 예상에 부합한다면 금리를 추가로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고,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근거가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달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방기금 선물시장에 반영된 이번 달 미국 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 6일 기준 96%다.


    대다수 전문가는 연준이 지난해 12월, 1년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번 달 다시 3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올해 한두 차례 더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9년 반 만에 금리를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것이다. 머니섹션 M+가 은행·증권사 PB(자산 관리 전문가) 등 경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이번 달 미국의 금리 인상시 주목해야할 4대 부문의 투자 전략을 꼼꼼히 체크했다.



    ①달러: 美금리 인상기 단골 투자처


    달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주목받는 자산이다.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에 풀려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일 기준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01.64로 지난 한 달여간 2% 넘게 올랐다.


    달러 투자 방법에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통장에 넣어놓는 달러 예금과 달러 가치의 오르내림에 수익률이 연동하는 ETF(상장지수펀드) 매수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달러 예금은 환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지만 환전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달러 ETF는 쉽게 사고팔 수 있어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좋지만 매매 차익에 15.4% 세금을 부과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도 금리가 오를 경우, 달러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여서 추가로 환차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중후반에서 옆으로 계속 기어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1200원대까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원화 대비 달러 강세는 선(先) 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②주식: 금리 인상도 막지 못하는 호황


    금리와 주가는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시중 자금이 줄면서 주가는 내려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최근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인 뉴욕 증시가 얼어붙고, 코스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증시에도 악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는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주식시장은 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한 강력한 경기 부양책 추진 의지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는 데다 이번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 표출'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봐도 금리를 올렸을 때 주식시장은 좋았다"며 "경기가 너무 좋은 것이 걱정돼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좋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호재"라고 말했다.


    주식 종목으로 볼 때는 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주와 4차 산업혁명 관련주, IT(정보통신)주가 유망하다. 직접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면 미국 주식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자는 미국 증시에서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이나 배당주 관련 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현수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관리컨설팅팀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세금이 줄어드니까 배당 여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③채권: 만기는 짧게, 상품은 선별해서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와 함께 움직이는데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투자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을 피해야 한다. 금리가 올라갈 때 채권은 '금리 상승분 × 만기'만큼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기 10년짜리 채권이 있고,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고 할 때 수익률은 마이너스(―) 10%가 된다. 따라서 금리 상승기 채권에 투자할 경우, 만기가 1년이 안 되는 단기 상품을 매수해야 한다.


    채권 투자처로는 신용 등급이 낮은 미국 기업의 대출 채권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뱅크론 펀드'와 미국 물가 상승률에 연동되도록 만들어진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가 꼽힌다. 뱅크론 펀드는 저(低)신용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내는 이자가 중요한 수익원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대출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이 오르도록 설계됐다. TIPS는 미국에 상장된 ETF(블랙록 '아이셰어즈 TIPS 채권 ETF' 등)를 직접 사는 방식 등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환차익에 따른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도 유망 투자처다. 미국 경기가 좋아질수록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은 낮아진다.


    ④원자재: 글로벌 교역량 증가로 유망 투자처


    금리 인상이 미국 경기 회복의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원자재도 미국 금리 인상기 유망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다. 경기가 좋다는 것은 소비가 늘어 제조업체들이 활발히 물건을 만들고, 국가 간 교역도 활발해진다는 뜻으로 결국 원유 등의 원자재 수요도 크게 늘어난다.


    실제로 올해 국제 원자재 시장은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70%가량 올랐고, 서부텍사스원유(WTI)도 같은 기간 46% 상승했다. 면화와 구리도 지난 1년간 각각 31%, 18% 올랐다.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PB센터 팀장은 "원자재 직접 투자는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ETF 등으로 간접투자하거나 남미 국가나 호주,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