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30室 예약취소... 내달엔 中관광객 아예 못볼듯"

    입력 : 2017.03.10 09:21

    [中 사드 보복]


    수도권 소형 호텔들 사드 타격…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 확산


    제주관광 하루 11만명 예약 취소… 中크루즈 6월까지 한국경유 불허
    중국인 발길 끊긴 사후면세점 문 닫는 곳 늘고 매물로도 나와
    식품수출업체 12곳 중 5곳 "깐깐한 검사 등 무역 보복 시작"
    정부의 中농식품박람회도 보류


    "작년 사드 후보지 발표 후 중국인 관광객이 70% 가까이 줄었어요. 지금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부터는 중국인 관광객 자체를 못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서 3성급 호텔을 운영하는 조영환(51)씨는 "오늘도 이달 말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올 예정이던 30실 단체 손님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中관광객 줄어든 수원 소형 호텔들 -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3성급 호텔과 모텔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호텔보다 가격이 저렴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숙박 시설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2010년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늘며 호황을 누렸던 수도권 일대 소형 호텔·모텔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저가 단체관광 상품 이용객들은 관광은 주로 서울에서 하지만, 숙박은 비교적 저렴한 수원 인계동이나 용인 신갈동 등 숙박업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계동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작년엔 중국인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몰려와 교통 혼잡을 겪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리가 텅 비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 사후면세점(물건을 구입한 후 공항 등에서 세금을 환급받는 중소형 면세점) 입구에는 '닫힘(Close)'이란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폐점했기 때문이다. 사후면세점은 거의 100%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작년부터 사드로 중국과 갈등이 시작되면서 동교동과 서교동·연남동 일대 사후면세점을 찾아오는 중국인 단체관광 버스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사후면세점 매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썰렁한 면세점 -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줄면서 면세점들이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이 자국 여행사에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 전면 금지를 지시한 이달 15일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전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경제 보복 조치로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호텔과 면세점, 항공 등 여행 관련업계는 대규모 예약 취소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식품·물류 등 다른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학여행과 문화 교류 행사 등이 취소되고 있다.


    ◇중국 보복 조치 피해 산업계 전반 확산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렸던 제주도는 지난 8일에만 28개 여행사에서 11만4493명 중국인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했다. 지난 7일엔 외국인 관광객 2000명을 태운 중국발(發) 크루즈선이 날씨 등을 이유로 입항을 취소했다. 부산시는 중국이 오는 15일부터 6월 말까지 크루즈선 한국 입항을 금지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는 작년 외국인 관광객 297만명 중 94만명이 중국인이었는데 이 중 크루즈선 관광객은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내 콘도들은 이번 달 들어 중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율이 80%에 달하며, 중국인 대상 제주 최대 여행사 '뉴화청국제여행사'는 이달 15일 전후로 휴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식품업체들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체 12곳에 사드 배치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오리온과 샘표식품, 우리술, OKF, 롯데칠성 등 5곳이 "중국 정부가 라벨링 등에서 전보다 깐깐하게 보는 등 무역보복이 시작된 것 같다"고 답했다. 농림부는 3~5월 중국에서 진행하려던 농식품 관련 박람회 등 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경상북도는 다음 달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현지 수학여행 담당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홍보설명회를 열기로 했으나 취소 통보를 받았다.


    ◇중국 내 불매운동 확산


    9일 중국 산둥(山東)성 롯데백화점 앞에선 대규모 반한(反韓) 시위가 처음 등장했다. 200~300명 중국인이 참여했고, 중국 내 사드 관련 시위 중 최대 규모다. 중국에 사는 한 한인은 "10일엔 한인들이 밀집한 웨이하이(威海) 한러팡(韓樂坊)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고 전했다. 오는 4월 말 열릴 예정인 중국 항저우(杭州)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주최 측도 이날 한국관 설치와 한국 업체 시설 대여를 불허한다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계 유통업체인 로터스는 광둥성 33개 매장에서 열기로 한 한국 식품 판촉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 보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 진출 업체들은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감정적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