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독' 넷마블, 이젠 해 지면 불 끈다

    입력 : 2017.03.09 09:35

    [IT업체 주 35시간 근무 확산]


    우아한형제들 이달부터 시행, 월요일 오후 1시 출근하는 회사도
    인재 잡기 위해 직원 복지 챙겨…
    네이버, 105억원 들여서 본사 인근에 어린이집 열어


    숙박앱(응용프로그램)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 위드이노베이션은 올 4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월요일 출근 시각을 오후 1시로 늦추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 시간을 90분으로 30분 늘리면서 주당 5시간을 줄인 것이다. 이 회사 심명섭 대표는 8일 "직원들이 여가를 즐기며 회사가 만든 앱도 사용해봐야 제대로 된 숙박 예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무 단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직원들에게 연 50만원 숙박 쿠폰도 제공하기로 했다.


    야근과 과로 이미지가 강했던 국내 IT(정보기술)·벤처기업 사이에서 복지 바람이 불고 있다. 파격적인 주 35시간 근무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자녀 보육과 직원 건강까지 챙기면서 직원들 기(氣)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 속속 확대될 듯


    IT·벤처 업계의 주 35시간 근무는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주 37.5시간(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주당 근무 시간을 2.5시간 더 줄였다. 이 회사 김봉진 대표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 4.5일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연평균 70%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직원들은 더 많은 기업이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야근·주말 근무 하지마세요" -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의 불 꺼진 빌딩 전경.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야근과 주말 근무를 전면 금지시켰다. /조재희 기자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도 지난달부터 야근과 주말 근무를 전면 금지했다. 넷마블은 최근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 빅히트를 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근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해 '구로의 등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었다. 구로 지역에 우뚝 솟아 있는 사옥 빌딩에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시행 이후 직원 근무 만족도가 높아졌고 회사 이미지도 크게 개선됐다"며 "신작 게임 출시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야근 금지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게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300명 정원 어린이집 네이버가 105억원을 들여 본사 인근에 건립한 어린이집.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로 정원은 300명 수준이다. /네이버


    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는 이달 105억원을 들여 본사 인근에 건립한 어린이집을 열었다. 지상 3층, 지하 2층, 총 5360㎡(약 1620평) 규모로 정원은 300명 수준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내 TF(태스크포스)가 전국 주요 어린이집 19곳을 직접 방문해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며 "기존 시설을 포함해 전체 수용 인원이 550여명으로 늘면서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상당수 덜게 됐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본사에 있는 어린이집의 교육과정이 국제 인증을 받을 정도로 회사에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 확보가 가장 큰 이유


    IT·벤처 업계의 복지 바람은 인재 확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30대 신세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임금만큼이나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올 1월 잡코리아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복리후생 제도는 연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김광현 센터장은 "과거에는 스타트업 하면 라면 먹으면서 밤새우는 장면을 떠올렸지만 요즘 그런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며 "현실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근무 여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최근 업계의 분위기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잠금화면 광고 스타트업인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