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판매 늘리는 은행들... 가계부채 뇌관 우려

    입력 : 2017.03.09 09:25

    일부 이자 면제, 포인트 반환… 은행들 우대 혜택 내세워 유치
    작년 '마통' 규모 174조, 12조 늘어… 실질소득까지 줄며 이용 급증세
    일반 대출보다 금리 높아… 한은 "위험 관리할 대책 필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7)씨는 부족한 전세금 2000만원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받아 마련했다. 그는 "연봉은 제자리걸음인데 아이들 학원비 부담은 갈수록 커져 '마통(마이너스 통장의 줄임말)'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고 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월급쟁이들이 연봉과 신용 등급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한도액을 미리 설정받은 뒤, 그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갚아야 할 액수 앞에 마이너스(-)가 붙어 통장에 찍히기 때문에 흔히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불린다. 한도액 설정만 받아두면 추가 서류 제출이나 심사 없이 대출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높아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마통의 유혹… '이자 일부 면제 상품' 잇따라 나와


    최근 전세금, 생활비 등을 '마통'으로 마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시중은행들은 이자 일부를 면제하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고객들에게 "'마통 대출' 싸게 받아가라"며 유혹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대출 한도액의 10%(최대 200만원)에 해당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고객이 이자를 낸 만큼 포인트를 주는 '더드림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이 받은 포인트는 나중에 통장에 돈으로 입금되기 때문에 이자 일부 면제 혜택이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에 신용대출이 없는 개인 고객이 5월 말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새로 만들면 이자 일부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마이너스 통장 고객도 이벤트 기간에 급여 이체 실적이 있으면 대출 추가 사용분 중 대출 한도액의 10%(최대 100만원)까지 이자 납부액을 포인트로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액의 10%(최대 200만원)에 대해 최장 1년간 연 0% 금리를 적용하는 '제로(ZERO) 금리 신용대출'을 지난달 출시했다. 공무원, 초·중·고 교직원, 우량 기업체 임직원 등이 대상이다. 7월 말까지 한시 판매하는 상품이다.


    ◇마통의 경고… "가계부채 뇌관 우려"


    작년 은행권의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규모는 174조8562억원으로 한 해 만에 12조8569억원(7.9%)이 급증했다. 전년 대비 증가 규모가 2014년 1조8489억원(증가율 1.2%)이던 것이 2015년 7조9422억원(증가율 5.2%)으로 훌쩍 뛰더니, 작년에 증가액이 전년의 두 배 가까이로 솟구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임금이 적게 올라 실질소득이 줄어들자 돈이 부족해진 가계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도 안 되니까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더 쓰는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 동향'에 따르면, 작년에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소득이 1년 전보다 0.4% 줄었다. 2009년(-1.5%) 이후 7년 만에 실질소득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작년에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간편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커지는 '풍선 효과'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여성 직장인 이모(34)씨는 "'마통'은 대출 한도액만 받아두면 서류 제출이나 상담 없이도 돈을 끌어 쓸 수 있어 편리하다"며 "은행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일반 대출과 금리 차이도 거의 없어 전세금도 '마통'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급증하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위험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마통'은 빚을 지는 것인데도 자신의 예·적금으로 착각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마통 대출액이 적정 수준을 넘기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