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保 적립금 21조 6년내 바닥... 그후엔 年20조 펑크

    입력 : 2017.03.08 09:25

    [8대 사회보험 비상]
    고령화로 부담 눈덩이… 8대 사회보험 중 재정악화 가장 빨라


    - 사회보험 지출 220조, 10년간 2배로
    健保, 노인 의료비가 청년의 3배… 저출산에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
    국민연금, 2025년까지 흑자지만 매년 쓰는 돈 가장 빨리 불어나
    전문가 "문제없다고만 했던 정부, 보험 재정상태 제대로 공개해야"


    1955~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711만명이다. 이들은 2025년이면 절대다수가 은퇴한다. 연금 생활자가 되고, 모두 60대가 되면서 병원을 찾는 횟수도 늘어나게 된다. 이들을 위한 국민연금 지급액이 많아지고, 건강보험 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7일 정부가 4대 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과 4대 보험(건강·장기요양·고용·산재)을 망라해 내놓은 사회보험 재정 추계에는 복지 제도의 기둥인 사회보험을 점점 떠받치기 어려워지는 현실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 진입하고,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가 된다. 시간이 갈수록 연금이나 사회보험을 타는 사람이 많아지고, 보험료를 내는 젊은 세대는 줄어들게 된다.


    ◇작년 3조원 흑자 건강보험 내년에는 적자


    8대 사회보험의 지출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모두 106조원이다. 이후 연평균 8.4%씩 지출 규모가 불어나 2025년에는 220조원이 들어가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지출 규모가 큰 건강보험의 재정이 빠르게 악화된다. 건강검진 생활화, 의학 기술 발달에 힘입어 건강보험은 여유 있는 재정을 운용 중이다. 누적 적립금만 21조원이 쌓여 있다. 지나치게 많이 걷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올해 건강보험료가 동결될 정도다.


    하지만 노인 인구의 급증으로 재정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작년 3조1000억원의 흑자를 본 건강보험은 올해 6600억원으로 흑자 폭이 크게 줄어들고, 내년에는 1670억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2023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나고, 2025년에는 한 해 적자만 20조1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인 한 사람당 의료비가 젊은이의 3배에 달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갈수록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적립금이 바닥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외에도 4대 보험 중에서 현재 흑자인 장기요양보험과 고용보험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면 지출 대비 수입이 장기요양보험은 79%에 그치고, 고용보험은 8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보험금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장기요양보험은 노령 인구의 증가로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고용보험은 급여수당을 받는 실업자와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 모두 늘어나면서 지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흑자 유지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는 계속 흑자 행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쌓은 돈을 투자해서 얻는 수익이 꾸준히 생기고 있고, 국민연금을 내는 대상자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한 해 흑자 규모는 2016년 46조원에서 2025년에는 57조원으로 늘어나고, 작년 말 557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은 2025년이면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아가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흑자 증가율은 점점 둔화된다. 국민연금 지급액은 작년 17조7000억원이었지만, 2025년에는 4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4대 연금 중 연평균 증가율(10.7%)이 가장 높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학연금은 마찬가지로 계속 흑자를 유지하지만, 흑자 폭이 작년 9000억원에서 2025년 7000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 필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고소득자로부터 건강보험료를 더 걷는 개편안을 내놨다. 2049만명에 달하는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중에서 연금·임대소득이 연 34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뺏고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할 방침이다. 또 직장 가입자가 월급 외 임대·금융·사업소득 등이 34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를 추가로 내게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회보험의 재정 상태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대 수명이 지금 예측보다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정부가 그동안 사회보험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국민이 미래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도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결국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혜택을 얼마로 줄일지, 얼마를 더 낼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