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메모리 전쟁'... 수퍼 스마트폰 쏟아진다

    입력 : 2017.03.07 09:33

    [오포·비보·화웨이 등 6GB D램 장착… 올해 8GB 제품도 나올 듯]


    中소비자들 용량·화질에 민감
    상대적으로 메모리 작았던 삼성, 갤럭시 S8에 6GB D램 갖출 듯
    AI·VR 등 새로운 기능 늘어나 메모리 대용량化 피할 수 없어


    스마트폰이 갈수록 빨라지고 저장 공간도 함께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G6에 4기가바이트(GB) D램 메모리와 64GB 낸드플래시를 탑재했다. 3년 전에 비해 정보 처리 속도는 1.5배, 저장 용량은 2배로 커졌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이달 말 공개하는 갤럭시S8에는 6GB D램 메모리를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은 D램 용량이 클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동시에 여러 창을 띄워 놓고 작업을 하는 멀티태스킹도 가능해진다.


    이런 변화는 반도체 집적도가 향상되면서 가능해졌다. 올해는 8GB짜리 D램 메모리에 256GB급 낸드플래시 저장 장치를 갖춘 스마트폰까지 나올 전망이다. 가정용 PC나 고급 사양의 노트북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춘 수퍼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폰 메모리 전쟁


    메모리 용량 키우기 경쟁은 애플이 작년 출시한 아이폰7에 256GB짜리 대용량 저장 장치를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가 약한 중국 업체들은 프리미엄폰 시장 진입을 위해 필사적으로 메모리 늘리기에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막강한 하드웨어로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다.


    각종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64기가바이트(GB) 용량 낸드플래시 제품. /SK하이닉스


    이에 따라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기업인 오포·비보·화웨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기존 갤럭시 시리즈보다 2GB가 더 큰 6GB D램을 장착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저장 장치 역시 화웨이가 64GB짜리 P9 스마트폰, 비보가 128GB짜리 엑스플레이6를 내놓으며 경쟁적으로 용량을 키웠다. 화웨이는 올해 MWC에서 128GB 대용량 메모리를 장착한 P10 플러스를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중국산 스마트폰의 평균 저장 용량은 이미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저장 공간 크기는 아이폰이 평균 66GB로 가장 컸고, 2~5위는 비보, 오포, 샤오미, 화웨이 순서였다. 이들의 평균 저장 공간 크기는 25~47GB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는 24GB, LG전자는 20GB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기본 사양으로 불리는 메모리와 화질에 유난히 민감한 데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이후 '삼성을 추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메모리 늘리기 경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점유율 변화로 이어졌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 스마트폰 1~5위는 오포(16.8%), 화웨이(16.4%), 비보(14.8%), 애플(9.6%), 샤오미(8.9%) 순서였고, 삼성전자는 5위 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가 작년 말 갤럭시 C9 프로를 중국용으로 출시하면서 6GB급 D램에 64GB 메모리를 탑재한 것도 이런 중국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으려 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VR·AR, 모바일 게임 등 확산도 요인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홍채 인식 등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능이 많아지는 것도 메모리 대용량화의 주된 원인이다. 이 첨단 기능들은 메모리가 클수록 훨씬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모바일 D램의 용량이 커야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도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듀얼 카메라, 초고화질 동영상, 새로운 첨단 기능 등으로 인해 스마트폰의 메모리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8GB 모바일 D램 수퍼 스마트폰도 세상에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8GB 모바일 D램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작년 10월부터 양산에 돌입했고, SK하이닉스도 올해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8GB 모바일 D램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매집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지난해 6GB D램을 한 발 먼저 장착해 재미를 본 뒤 올해는 8GB D램 제품을 먼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늘리기 경쟁이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D램(DRAM)


    빠른 정보 처리를 위한 반도체로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삭제하는 것을 반복한다.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데이터도 사라진다.


    ☞낸드플래시(nand flash)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의 주(主) 저장 장치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