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行 관광객 1위는 중국... 중국行 관광객 1위도 한국

    입력 : 2017.03.06 09:57

    [상호의존 양국 경제… 사드 갈등, 政經분리 원칙으로 설득해야]


    - 중국의 수입 1위도 한국
    한국산 부품·소재 수입 막히면 중국 역시 수출에 타격 불가피


    -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4만개
    LG 3만명, 포스코 2만명 고용… 국제기구 통해 간접 압박해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한국이 '중국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한·중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략이 부딪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나 기업의 대응 전략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경제는 상호 보완적으로 얽힌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가 극단적으로는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통상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보다는 '정경(政經) 분리' 원칙에 따라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 분쟁기구를 통해 중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찾는 관광객 1위는 한국


    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444만4400명이었다. 전체 외국인 방문객 2598만5400명의 17%로, 한국이 1위였다.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중국인(807만명)이지만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도 한국인이다. 2위인 일본인(249만7700명)보다 2배 가까운 규모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1995년 52만명에서 2015년 444만명으로 20년 사이 8배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면 반중(反中) 감정이 고조되고,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역시 급감할 수 있다.


    5일 오후 '70% 할인'을 크게 붙여 놓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매장 앞을 쇼핑객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인들이 서울 강남 지역을 대거 찾으면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명동 상인들은 "최근 한·중 사드 갈등으로 중국 현지의 한국 관광 열기가 급속히 식을까 큰 걱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때도 중국은 일본 관광을 통제했지만, 일시적이었다. 2013년 131만명이던 방일 중국 관광객은 2016년 637만명까지 증가했다. 반면 방중(訪中) 일본인은 2014년 271만명에서 2015년 249만명으로 감소했다. 이홍천 도쿄도시대 교수는 "일본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면서 방중 일본인 관광객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 몸처럼 얽힌 한·중 경제


    중국은 2016년 전 세계에서 1조5228억달러를 수입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1587억달러(10.4%)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이 가운데 78%는 중국이 수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소재 등 '중간재'다. 이번 사태가 한·중 무역 분쟁으로 치달아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품 수입이 막히게 되면 중국 역시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규모는 2013년 4억달러대였지만, 2015년에는 19억달러대로 크게 늘고 있다. 이 기간 중국의 해외투자 중 한국 비중은 3.3%에서 9.5%로 커졌다. 한국이 중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중국보다 2배 많은 43억달러(2015년 기준)에 이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만여개에 달하고, 이들 기업이 상당한 규모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LG전자가 세운 LG전자 유한공사는 직원이 3만2000명에 달하며, 포스코의 중국 투자법인인 포스코제철공사도 임직원이 2만명에 이른다. 한 고위 경제 관료는 "중국이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주려 마음먹었다면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나 자동차를 타깃으로 했겠지만 거꾸로 한국산 반도체 수입도 막힐 수 있어 대대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중국이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도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까지는 했지만 전면적인 경제 제재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은 상호 의존적인 경제구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시장 다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안보와 경제는 별개 문제이고,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면 중국도 고용 문제 등에서 같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식의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부당한 경제 제재에 대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WTO나 국제기구를 통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고, 한·중 FTA라는 양자 협의 채널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사드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상황에 좌우되는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진창수 소장은 "경제 압박이나 제재를 가하면 결국 중국 경제에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도록 경제 구조를 갖추고, 대응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중국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차이나플러스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영토 분쟁이 아니더라도, 중국 자체의 환경·노사 문제, 사회적 갈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시장을 개척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안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국민이 중국의 보복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코스트(비용)라는 인식을 가지고 차분히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