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깨는 사람들... 원금 손실 年 3조4000억

    입력 : 2017.03.06 09:39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건지는 경우 많은 이유와 대책]


    소득 정체·원리금 상환 부담에 중도에 보험 해지하는 경우 늘어
    장기간 유지하는 걸 전제로 설계… 해약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 높아
    납입 유예·감액 완납 등 활용 땐 부담 줄이면서 계약 유지 가능


    직장인 김모(33)씨는 5년 전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변액연금보험을 가입한 뒤, 매달 70만원씩 총 4200만원을 납입했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해 해당 연금을 해지하려고 보니, 해지환급금이 3700만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직장에 막 들어간 직후라 목돈을 만들 생각에, 설계사의 8% 수익률 가정을 믿고 덜컥 보험에 가입했다"며 "두 달치 월급만큼 손실을 본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급전이 필요하거나, 보험료 부담이 커져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계약 중도 해지로 작년 1~9월 보험 가입자들이 입은 손해(납부 보험료-해지 환급금)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치면 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보험 중도 해지가 늘어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중도 해지로 원금 손실 연간 3조4000억원


    보험 해지로 가입자들이 입는 원금 손실은 2013년 3조원, 2014년 3조2000억원, 2015년 3조2000억원, 작년 3조4000억원(추정)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가입 기간에 질병·상해에 대한 보장 혜택 등을 감안하면 원금(납부 보험료) 손실을 모두 손해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해약이 증가하고,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공개된 '최근 보험계약 해약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6년 3분기(7~9월)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 대비 해약환급금 비율이 19.44%로 2012년 1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며 "특히 경기 부진으로 저소득층의 보험계약 해약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변액보험 7년 내 해지하면 손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 가입 상품이라 계약 초기에 해지하면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보험 상품설명서의 해지환급금 예시표를 가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펀드·채권에 투자하고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을 돌려주는 변액보험은 펀드 실적에 따라 해지환급금이 크게 줄 수 있다. 펀드·채권 손실액을 뺀 나머지 금액만 돌려주는 데다가, 설계사 수당 등이 포함된 사업비, 보험사가 받는 위험보험료 등 각종 수수료까지 제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변액보험 가입 후 7년 이내에 해지하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변액연금(연 수익률 3.5% 기준)을 가입 7년 뒤 해지했을 때 평균 환급률은 원금의 93%지만, 가입 1년 뒤 해지하면 환급률이 56%에 불과했다. 변액종신보험의 2년 뒤 환급률은 30%, 3년 뒤 51%, 7년 뒤 79%에 불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가입 후 최소 10년은 지나야 중도 해지를 해도 원금 손실이 없는데 작년 3월 기준 변액보험을 7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해약 대신 납입 유예·감액 완납 등 활용


    벌이가 줄거나, 자녀 양육비 부담 등이 늘어나 보험료가 부담스럽다고 해도 해약이 능사가 아니다. 원금 손실이 크다면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거나 감액하는 등의 방안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판매되는 보험 상품은 대개 '납입 유예' 기능이 있다. 가입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납입을 일시 중지할 수 있다. 단, 납입 유예 기간만큼 보험 납입 기간도 연장된다.


    '감액 제도'도 도움이 된다. 월 10만원씩 내던 보험료를 5만원으로 줄이는 대신, 보장 금액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이는 식이다. 보험료와 보장액을 줄여 그동안 낸 보험료만으로 완납 처리하는 '감액 완납 제도'도 있다. 급한 목돈이 필요하다면 보험 약관 대출보다는 중도 인출을 활용하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약관 대출 금리는 4%대로 은행 대출 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중도 인출은 가입한 보험에 쌓여 있는 돈을 일부 꺼내 쓰는 것으로, 대출 이자를 낼 필요는 없지만, 인출한 만큼 적립금이 줄어들어 나중에 받아야 할 보험금도 줄어들 수 있다. 보장 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보험료를 다시 채워넣으면 되는데, 이 경우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