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길거리 찐빵집도 모바일 결제 된다

    입력 : 2017.03.02 09:30

    - 무섭게 성장하는 中 핀테크 산업
    알리페이·위챗페이로 성장
    모바일 결제 규모 6200조원… 미국의 50배에 육박하는 수준


    중국, P2P 대출 규제도 느슨
    한국은 규제에 막혀 여전히 답답


    지난해 중국 항저우(杭州)에 출장 간 금융회사 부장 A씨는 호텔 주변 노점상에서 파는 중국식 찐빵이 맛있어 보여 사먹으려다가 진땀을 뺐다. 찐빵 한 개와 두유를 3위안(500원)에 팔기에 현금을 냈더니 찐빵 장수가 현금을 안 받는다며 매대에 걸어둔 격자무늬의 QR 코드를 가리키더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되는 서비스 '위챗페이'로 돈을 내라는 뜻이었다. 그런 게 없다고 하자 찐빵 장수는 "음식 파는 데 와서 더럽게 현금을 내면 어떡하느냐. 외국인이라니 이번에만 봐주겠다"고 핀잔을 줬다. A 부장은 "3년 전 중국 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현금 사회였던 중국의 결제 시스템이 휴대폰 결제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중국의 금융이 팽창하는 핀테크 산업의 날개를 달고 무섭게 날아오르고 있다. 중국은 은행 지점·현금인출기 등 금융 기반 시설이 미국이나 한국보다 크게 부족해 금융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 왔는데, 이런 기존 금융의 공백을 핀테크가 메우면서 관련 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금융은 은행에서 주판을 두드리는 수준으로 낙후됐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간 모바일 결제, P2P 대출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핀테크에서만큼은 세계의 리더로 도약했다"고 전했다.


    ◇모바일 결제 6200조원… 미국의 50배


    글로벌 컨설팅회사 KPMG와 호주 벤처투자회사 H2는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핀테크 회사' 10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투자 규모, 사업 모델의 혁신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겼는데 1위인 인터넷 종합 금융사 '앤트파이낸셜'을 포함해 10위권 중 5개가 중국 회사였다. 50위권 중에도 모든 나라 중에 가장 많은 8개가 포함됐다. 명단에 들어간 한국 회사는 하나도 없다.


    중국의 핀테크는 크게 3개의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알리페이·위챗 등 휴대폰 기반 간편 결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금해 대출을 해주는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중개, 비용을 줄여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내게 해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등이다. 이 중 중국의 휴대폰 간편 결제 시장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의 '알리페이'와 13억명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운영하는 '위챗페이'가 양분하고 있다. 금융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이미 성공한 중국 토종 '인터넷 공룡' 2개는 휴대폰 결제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난 한 해 동안 가맹점,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을 빠르게 늘려 갔다. 중국 온라인시장 분석 회사인 '아이리서치' 집계 결과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전년보다 215% 급증해 38조위안(약 6200조원)을 기록했다. 애플·구글·삼성 같은 글로벌 회사들이 각각의 첨단 '페이'를 내놓고 경쟁 중인 미국(1120억달러·약 127조원)의 5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화끈하게 규제 푼 中… 한국은 여전히 '답답 규제'


    고신용자에게만 주는 은행 대출과 높은 이자의 사채로 쪼개져 불만이 많았던 대출 시장을 공략한 P2P 대출 중개업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P2P 대출은 2012년 214개 업체 229억위안(대출 잔액 기준) 규모에서 지난해 2985업체 1조4955억위안(약 246조원)으로 폭증했다. 한국의 P2P 대출 규모는 중국의 2만분의 1 수준인 약 3000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핀테크 굴기'가 가능했던 이유로 워낙 금융이 낙후해 완전히 새로운 금융이 시장에 침투하기가 쉬웠다는 점을 꼽는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가 거의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카드와 경쟁할 필요 없이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지도부가 핀테크 산업에 대해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해 산업 혁신을 유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인 핀테크 분야인 P2P 대출이 이제 막 성장하려고 하자 '업체당 1000만원'으로 투자 상한을 적용해버리거나, 은산분리(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라는 규제에 막혀 인터넷 전문 은행이 출범부터 삐걱거리는 한국의 답답한 규제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P2P 대출 관련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해 첫 규제를 만들었는데 그마저도 대출자의 대출액만 연간 약 3300만원으로 정해 한국의 가이드라인보다는 훨씬 느슨하다.


    동덕여대 서봉교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기존의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고 핀테크 산업에 예외적으로 실험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