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패스트푸드점·편의점... '사람 없는 점포' 는다

    입력 : 2017.02.27 09:38

    [일상 파고드는 '무인형 점포']


    직원 비용 줄이려고 도입 잇따라… 매장엔 담당 1~2명 정도가 관리
    사물인터넷·인공지능 발전 따라 無人 점포도 조만간 등장할 듯
    단순직 대량해고 가능성 커져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신한은행 스마트라운지. 33㎡(10평) 남짓한 공간에서 10여 명의 손님이 대기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하는 창구 직원은 두 명뿐이었다. 대신 이곳에는 '무인(無人) 단말기' 한 대가 설치돼 있다. 기존 ATM(자동화기기)에서는 할 수 없는 적금 신규 가입, 체크카드 발급 등이 가능했다. 과정은 간단했다. 신분증을 투입하자 단말기 화면에 상담 직원이 나타나 화상으로 생체(生體) 인증 수단 등록을 도왔다. 인식기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정맥을 스캔하는 방식이었다. 가입할 상품을 고르고, 설명서를 읽고, 다시 인증 절차를 마치자 가입이 끝났다. 이 모든 과정에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현재 전국 22개 지점에 26대를 운영 중이다.


    이어 찾아간 서울 시청 근처 맥도날드 매장. 무인 주문·결제 기기인 '디지털 키오스크' 4대 앞에 고객들이 3~4명씩 줄을 서 있었다. 매장에서 주문받는 직원은 한 명뿐이었다. 키오스크에서는 매장에서 먹을지 포장해 가져갈지를 선택하고, 메뉴를 고르고, 카드 결제하는 것으로 주문을 끝낼 수 있었다. 2~3분 후 주문 번호가 알림판에 뜨자, 햄버거를 받아 왔다. 직원과 말을 섞을 필요가 없어, 제품만 빨리 나온다면 사람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맥도날드는 유럽·미국·중국·호주 등 전 세계 국가에서 무인 시스템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도 올 상반기까지 전국 250개 매장으로 무인 결제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IT 기술 발달에 따른 무인 서비스 경쟁


    사람 없이 운영하는 무인(無人)형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완전히 직원을 없앤 곳은 소수지만,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조만간 전면적인 무인 점포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맥도날드 시청점에서 고객들이 매장에 설치된 무인 주문·결제 기기인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위 사진). 서울 용산구 세븐일레븐 산천점 내부에 설치된 무인 세탁 편의점에서 고객이 빨랫감을 맡긴 뒤 터치 화면에 제품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있다(아래 왼쪽 사진).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고객이 무인 결제 키오스크에서 고른 물건을 확인하며 결제를 하고 있다(아래 오른쪽 사진). /주완중 기자·세븐일레븐·롯데백화점


    23일 찾은 서울 여의도의 영화관 CGV 여의도점에는 직원이 직접 티켓을 발급해주는 계산대가 두 곳뿐이었다. 대신 무인 예매·결제 기기 10대가 설치돼 있었다. 아르바이트(단기근무)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CGV 관계자는 "모바일 예매 비율이 작년 기준 36%로 5년 전 3%보다 크게 늘어나, 현장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초 서울 용산구 산천동 점포 내부에 '무인 세탁 편의점'을 설치했다. 편의점을 지키는 직원만 있으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입구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에 종류별로 몇 점인지 입력하고 빨랫감을 넣어 놓으면, 이 정보가 업체로 전달된다. 업체는 하루 한 번 옷을 거둬가고, 빠르면 이틀 내에 옷을 세탁해 가져다 놓는다. 빨랫감마다 고유 번호가 부여돼 세탁된 옷이 도착하면 고객에게 '받아 가라'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이우리 세븐일레븐 상품기획담당자는 "추가 인건비가 들지 않아 편의점 주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기술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5년 근거리무선통신(NFC), 저전력블루투스(BLE·Bluetooth Low Energy) 기술을 이용한 무인 구매·결제 시스템인 '스마트 쇼퍼'를 개발했다. 현재 대형마트와 백화점, 드러그스토어 등에 시범 공급 중이다. 일본 편의점 업체 로손은 파나소닉과 함께 장바구니에 바코드 인식기를 붙여 고객이 직접 제품 가격을 입력하고, 결제하면, 로봇이 포장까지 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달 말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홍콩에는 사람 대신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인 '카페엑스(cafe-X)'가 문을 열기도 했다.


    ◇단순직 일자리는 대량 해고될 수도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는 '디지털 키오스크' 시장이 오는 2020년 172억달러(약 19조5740억원)로 작년 77억달러(약 8조7630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석환 신한은행 담당 차장은 "지난 1년간 20여 대의 무인 단말기를 운영한 결과 1만1000건이 넘는 체크카드 발급과 8000여 건의 인터넷뱅킹 가입 등으로 영업 직원의 업무 처리 시간이 2300여 시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무인형 점포 확산은 일자리를 줄이는 어두운 면도 있다. 미국의 월마트는 작년 9월 무인 구매·결제 시스템인 '스캔앤 고'를 내놓으면서 7000여 명의 캐셔(계산원)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통계국은 "무인 매장이 확산하면 미국 전역 계산원 340만명 중 75%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 발전에 따른 무인 매장의 확대로 단기적으로 단순직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오히려 새로운 종류의 고급 직업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