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조퇴? 평일 근무시간만 늘겠지" 직장인들 시큰둥

    입력 : 2017.02.24 09:50

    [내수활성화 방안 실효성 의문]


    - "월~목 더 근무 '조삼모사' 아니냐"
    "쓸 돈이 없는데 지갑 열리겠나… 조퇴 땐 TV시청률만 오를 것"


    - 쫓기듯 설익은 대책 쏟아내
    청탁금지법 피해 업종 800억 지원, 매출 올릴 대책 없이 대출만 확대


    정부가 중산층은 지갑을 더 열게 하고, 서민층은 소비 여력을 더 키워 '소비 절벽'을 막겠다면서 '내수 활성화 방안'을 23일 내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다 끌어내 모았다"고 했지만, 시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시행


    정부는 소비를 촉진할 핵심 대책으로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를 접한 대다수 직장인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는 초과근무만 하고 금요일 퇴근은 일찍 못 할 것" "조삼모사(朝三暮四)나 마찬가지"란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다. 정부가 업종별 상황은 고민하지 않고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소수 대기업 사무직이나 공무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라며 "교대제로 일하는 제조업 생산직이나 서비스 업종에선 도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월요일~목요일 연장근로수당도 부담될 수 있다.



    금요일 조기 퇴근이 소비 증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백화점 등과 함께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하는 등 동반 대책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현재 정부 대책만으로는 지갑이 얇은 직장인들의 TV 시청률만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여행을 촉진하기 위한 KTX·SRT 조기 예약 할인 제도, 호텔·콘도 숙박료 할인 대책 등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철도 전문가는 "25일 전에 고속철도를 예약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호텔의 경우 숙박료가 예약 사이트에 따라 너무 달라 호텔이 생색만 내고, 재산세 감면이란 과실만 따먹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탕·삼탕 돌려막기식 정책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음식점업·화훼업 종사자들을 위한 대책으로 연 2.39% 금리로 800억원 융자 혜택을 준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음식점업, 화훼업 등이 어려운 것은 팔리던 게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게 매출을 올릴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가계 부채에 시달리는 이들을 더 빚쟁이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골프 산업 활성화 대책은 예전부터 나온 내용인데, 4월까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만 담겼다. 관광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5대 관광열차 주중 30% 할인 제도는 코레일이 수시로 해오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대선 후보들처럼 알맹이 없는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은 일자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 연계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작년 4분기 가계 동향 발표(25일)를 앞두고 대책 발표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4분기 가계 동향에서 소득 격차가 더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 "정부가 손놓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