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보다 안타, 안타보다 번트

    입력 : 2017.02.24 09:38

    초불확실 시대… 단기 금융 상품으로 투자 기회 노려라
    은행들 '갈길 못찾는 돈' 위해 年2%대 수시 입출금 예금 내놔


    "방망이 짧게 잡고 단타 노리자." 야구에서 무리하게 홈런 치려다가 헛스윙으로 힘만 빼고 스트라이크 아웃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잦으면 다 이긴 경기도 놓치게 된다. 확률이 높지 않은 '한방'보다 다음 득점을 위한 확실한 디딤돌 역할을 해내는 '안타'가 훨씬 요긴한 때가 있는 법이다. 안타보다 '번트'가 나을 수도 있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초(超)불확실성'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인 KEB하나은행 고객 1028명에게 물었더니 이들의 절반이 올해에는 '방망이 짧게 잡고 단타 노리겠다'는 투자 전략을 택했다. "불확실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단기 금융상품'으로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돈을 꺼낼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에 가입해두고 투자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단기 금융상품 투자 선택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수시 입출금식 예금, 둘째 회전예금 그리고 셋째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다.


    돈 몰리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 연 2% 금리 특판 상품도 등장


    수시 입출금식 예금은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때에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나타났는데 돈이 다른 곳에 묶여 있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작년부터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수시 입출금식 예금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작년 말 기준 497조8252억원을 기록했다. 한 해 만에 47조5940억원(9.6%)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잔액이 38조5055억원(4.1%) 늘어난 것에 비하면 수시 입출금식 예금 증가율이 거의 2.5배다.


    수시 입출금식 예금의 약점은 금리가 평균 연 0.15%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 길 못 찾고 있는 돈'을 유치하기 위해 일부 은행들이 연 최고 2%대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연 1%대 금리인 정기 예·적금과 '금리 역전'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SC제일은행의 '내지갑통장'은 연 최고 2.8% 금리를 준다. 예치 금액 50만~200만원에 연 2.1% 금리가 붙는다. SC제일은행 신용카드를 월 30만원 이상 결제하거나 휴대폰 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연 최고 2.8% 금리를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비 결제 통장(예치 금액 100만원 미만)에 연 최고 2% 금리를 지급한다.


    수시 입출금식 예금은 재산 증식을 위한 적극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연 최고 2% 금리를 주는 상품들의 예치 금액 상한이 200만원에 불과하다. 다른 조건을 충족해야 그런 금리를 주는 상품도 있다. 투자자들은 금액 상한과 조건을 꼼꼼하게 따진 뒤에 가입 결정을 해야 한다.


    금리 상승기엔 '회전 예금'이 안전 투자처


    작년 하반기에 미국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기대로 국내 시중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1.36%에서 1.66%까지 꾸준하게 올랐다.


    이렇게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때 안전 투자처가 '회전 예금'이다. 회전 예금은 '변동금리 예금'을 쉽게 부르는 이름이다. 금리가 바뀌는 시점은 '회전 주기'라고 불리는데 예금 상품에 따라 다르다. 1개월, 3개월, 6개월 등 가입 시점에 따라 주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회전 주기가 1개월이면 한 달에 한 번씩 시중 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동된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PB는 "금리 상승 때문에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 가입이 꺼려진다면 '회전 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금리 동향을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금리가 짧은 기간에 빨리 오를 것이라면 짧은 회전 주기를 택하고, 단기간 금리 향방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회전 주기 6개월 등 조금 더 긴 주기를 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U드림 회전 정기예금'은 회전 주기 1개월, 3개월, 6개월 중에 선택 가능하다. 2월 8일 기준으로 각각 연 1.14%, 1.43%, 1.41% 금리를 준다. 이 금리는 회전 주기가 돌아오면 그 시점의 시장 금리를 반영해 변동된다. 5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고 인터넷·모바일로 가입하면 0.1%포인트 우대 금리를 준다. 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2'는 1개월(1.05%), 3개월(1.27%), 6개월(1.31%) 회전 주기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의 'KB국민 첫 재테크 예금'은 회전 주기 6개월(1.05%), 12개월(1.15%) 중에서 고를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은 1개월(0.7%), 3개월(0.8%), 6개월(0.9%), 1년(1.0%) 중 선택할 수 있다. 최저 금액이 1000만원으로 다소 높지만 인터넷·모바일로 가입하면 1만원 이상 가입이 된다.


    '3개월 변동금리'라고 박아서 나오는 상품도 최근 늘었다. 회전 주기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위비 수퍼 주거래 패키지 정기예금'과 기업은행의 'IBK변동금리예금'은 코리보(KORIBOR·은행 간 단기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뀐다. KEB하나은행의 'CD 연동 정기예금'은 3개월마다 CD 금리(91일물)를 반영해 금리가 오르내린다.


    MMF와 CMA는 단기 투자 상품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이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다. 언제든 돈을 찾아 쓸 수 있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로 몰린다. 이달 초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 MMF 잔액은 27조737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상위 50개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연 1.51~1.67%이다.


    CMA는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서 발생한 수익을 이자 형태로 고객에게 주는 금융상품이다. 주요 증권사의 RP형 CMA 금리는 연 0.9~1.15%이다.


    CMA와 MMF는 예금자 보호를 못 받는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MMF는 주로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 투자로 분류되고, RP형 CMA도 증권사 파산 등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