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위기 경영'... 명예퇴직에 매각까지

    입력 : 2017.02.23 09:33

    - 과당경쟁에 '승자의 저주'
    한화갤러리아, 연봉·상여금 삭감
    두타, 1년새 대표이사 3번 교체
    SM, 작년 200억원대 적자 기록


    동화는 호텔신라에 매각 시도
    신라·롯데, 해외서 돌파구 찾아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업계가 적자에 허덕이며 '위기 경영'에 돌입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임직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고 명예 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두타면세점도 개점 1년도 안 돼 대표이사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국내 1호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지난달 말 경영권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신규 면세점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 최근 2년간 개장한 신규 면세점들이 대부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는 서울에만 시내면세점이 10곳에 달하는 등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지난해 말 대기업 면세점 3곳을 포함해 5곳을 추가 선정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면세점 사업 자체가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면세점들, 벌써 구조조정 시작?


    2015년 12월 문을 연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개점 1년을 겨우 넘긴 시점인 올 초부터 '위기 경영'에 들어갔다. 지난달 전 임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했으며, 이달부터는 부장과 차장, 과장 등 중간관리자들이 연 800% 수준이던 상여금 중 100%를 자진 반납했다. 이달 초부터는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도 접수 중이다. 현재 10명 이상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매년 4월에 열리던 신규 채용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도 개점 1년이 안 돼 대표이사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실적 부진으로 새벽 2시까지였던 영업 시간을 밤 12시로 축소했다.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438억원의 영업적자를, 두타면세점은 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중견 사업자인 SM면세점도 지난해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한다. SM면세점 관계자는 "영업적자가 심화하자 중소·중견 제품 중심인 판매 라인을 조정하고, 모기업인 하나투어의 네트워킹을 활용해 매출을 높일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 면세점 중에는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만이 지난달에서야 겨우 월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상황이다.


    ◇동화면세점 경영권 매각설에다 신라·롯데 등은 해외로


    국내 1호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경영권을 호텔신라에 넘기려고 한다. 동화면세점 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2013년 호텔신라에 주식 19.9%를 6000억원에 매각하면서 3년 안에 주식을 다시 매입하지 못하면 담보로 맡긴 김 회장의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었다. 이미 그 계약 기간이 끝나 김 회장의 지분이 호텔신라로 넘어간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지만, 호텔신라 측은 "지분은 필요 없으니 돈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이제 동화면세점의 대주주"라며 "공동 경영을 위한 절차를 밟아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오는 매각설에 대해서는 "매각하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텔신라 측은 "국내 면세점 사업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동화면세점 경영을 가져갈 생각이 없다"며 "동화면세점의 대주주가 호텔신라가 되면, 면세 사업권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돼 관세청 허가의 문제도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과당 경쟁이 벌어지자 면세업계 '투톱'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두 회사는 이달 초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고 22일 밝혔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은 아시아 3대 공항 중 한 곳으로, 이번 입찰에서 각각 3400㎡, 3300㎡ 규모의 매장 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권 계약 기간은 7년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외에도 올 상반기 태국 시내면세점 방콕점을 개점하고 일본 오사카(大板)에도 시내면세점을 문을 열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말 태국 푸껫점을 첫 해외 시내면세점을 연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에 현지 백화점기업 다카시마야 등과 손잡고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제 국내 시내면세점 사업은 제 살 깎아 먹는 '치킨 게임'"이라며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및 해외 면세점 입찰 기회를 계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