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사상 최대... 量도 늘었지만 質 나빠진게 더 문제

    입력 : 2017.02.22 09:35

    [가계부채 작년 1344兆… 정부 관리방안 발표 등 대응 나서]


    -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
    저금리 장기화로 금리차 줄자 저신용·저소득자 非은행 찾아
    가계부채 문제 '뇌관' 가능성


    - 가구당 7000만원 빚
    당국 비은행 대출 규제 강화 "저금리·고정금리 비중 높여라"


    작년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인 1344조3000억원을 기록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인 비(非)은행권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한 자릿수로 관리하고 비은행 대출 리스크 관리를 밀착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1344조, '양적 팽창'에 '질적 악화' 겹쳐


    금융 당국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가계부채 문제에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 악화'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가계부채는 가구당 7000만원꼴이었다. 증가액(141조2000억원)은 역대 최고였다. 증가율도 2014년(6.5%)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것이 2015년(10.9%)과 작년(11.7%)에 잇따라 두 자릿수로 올라서며 가속도를 붙여왔다. 작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6년(11.8%)에 이어 역대 2위다.


    금융 당국은 특히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비은행 대출이 급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 대출이 9.5% 증가하는 동안 비은행 대출은 17.1%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은행 대출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됐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3년간 은행과 비은행 간 대출금리 격차가 1%포인트대에서 0.35%포인트대로 떨어지면서 비은행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이 줄었다. 또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예탁금 등이 32조원 넘게 들어오면서 비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은행권 대출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신용·저소득·다중(多重) 채무자들이 은행보다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비은행 대출에는 고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금리가 상승할 경우 비은행 대출 채무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은행 대출에서 가계부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 대출 규제 강화와 취약 채무자 보호 함께 추진"


    금융 당국은 비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저소득·다중 채무자 계층 보호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 당국은 상반기 중에 상호금융조합·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대출 심사 때 은행과 마찬가지로 총체적 상환능력심사 시스템(DSR)을 적용하도록 비은행권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대출은 자제하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저신용·저소득·다중 채무자 계층을 위한 연체 부담 완화,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 등도 추진 중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연체가 없더라도 실직·폐업한 채무자에게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현재 연 11~15% 수준인 연체 이자율 산정 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조치가 상반기 중에 실시될 예정이다. 특히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업종별·유형별 부채 현황을 정밀 파악한 뒤 컨설팅, 자금 지원, 재기 지원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상반기 중에 가동될 전망이다.


    가계부채 급증이 경기 침체 장기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민이 늘어난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고 이에 따라 기업 생산과 고용 축소→가계 소득 감소→소비 위축→경기 불황 등 악순환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하향 조정하면서 소비 감소가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50~60대 부모는 퇴직하고 20~30대 자녀는 취업에 실패한 가정이 빚을 내서 자영업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가족 전체가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고용과 복지 분야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