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AI, '귀' 이어 '눈'까지 얻었다

    입력 : 2017.02.17 09:17

    [치열해지는 인공지능 경쟁]


    삼성 갤럭시S8 세계 처음으로 텍스트와 사물 인식하는 기능
    애플도 아이폰 출시 10주년 맞아 얼굴 인식·증강현실 추가할 듯
    현재론 구글·페이스북이 선두권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빅스비에 글자와 사물을 인식하는 '눈'이 추가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이나 글씨를 촬영하면 빅스비가 이를 스캔해 정보를 확인하고, 음성 명령에 따라 쇼핑 정보 제공이나 번역 등의 작업을 해준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I에 시각 인식 기능을 추가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미국 애플도 올 하반기 나오는 아이폰8에 최첨단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한 얼굴 인식 기능을 추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AI의 시각 인식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각(視覺) 기반 AI는 이제 막 초기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라며 "초보적인 단계의 사물과 텍스트 인식, 다국어 통번역 기능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8, 귀에 이어 눈을 달다


    갤럭시S8에 탑재되는 빅스비는 마우스나 손가락 대신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고 정보를 제공하는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다. 사람의 목소리로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앱(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한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에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가 띄운 승부수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글씨를 읽고 해석하는 기능까지 장착한다. 카메라 앱으로 특정 브랜드 신발 사진을 찍어 "이 신발 얼마야?"라고 빅스비에 물으면, AI가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 브랜드와 제품 가격을 알려주는 식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글자 인식 기능을 이용해 도로 표지판이나 길거리 간판을 찍으면 이를 번역해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것을 음성인식 AI가 함께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로 글자를 촬영하면 이를 번역해 보여주는 정도의 시각 인식 기술은 이미 앱 형태로 나와 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AI를 결합해 한 단계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향후 삼성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구글 글라스와 같은 증강현실(AR) 안경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일부에선 AI 빅스비의 사물 인식 훈련을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사진 데이터를 갖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네이버 등과의 제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특정한 형태로 정지된 사물이나 인쇄된 글자를 인식하는 수준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 개선해 나가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음성인식에서 AR로 진화하는 AI


    애플도 아이폰에 시각 기능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플 전문 해외 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15일(현지 시각) 투자은행 JP모건 보고서를 인용, "아이폰8에 얼굴 인식과 AR용으로 사용하는 3D(3차원) 레이저 스캐너가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IT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를 이용해 안면 인식 보안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AR을 이용해 옷 사이즈 측정, 인테리어용 거리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은 애플이 올 하반기에 출시할 아이폰8에 장착할 비밀 병기가 AR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도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이제 AR이야말로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이라고 말했다.


    시각 정보 AI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현재 가장 앞서 있다. 그동안 구글은 스마트폰용 구글포토 앱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AI의 정확도를 높여왔다. 사진의 상황을 분석해 '젊은 남자가 해변을 걷고 있다'는 식의 정보를 추출해내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페이스북은 사람 얼굴에서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인중 길이 등 각종 특징을 잡아내 사람을 구분해내는 '딥페이스' 기술 인식률을 97%까지 끌어올렸다. 한동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콘텐츠 연구소장은 "사람이 시각·청각 등을 함께 활용해 사물을 인식하듯이 AI 기술도 융복합화되는 게 필연적 추세"라면서 "글로벌 IT 기업의 기술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