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입'에서 시작된 3월 금리 인상설

    입력 : 2017.02.16 10:36

    美경기 회복에 유례없는 자신감 "더 기다리는 건 현명하지 않아"
    3大 지수 사상 최고, 달러 강세로
    韓銀도 금리 인상 딜레마 빠져 "일단 상황 보면서 종합적 고려"


    "옐런 의장이 3월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금융 정보업체 린지그룹의 피터 브루크버 수석 연구원은 14일(현지 시각)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기준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그는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해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AP 연합뉴스


    이날 발언으로 6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신호가 커지면서 3월 기준 금리 인상설이 점화됐다.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어떤(어느 달) 회의가 될 것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3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종전의 15%에서 23%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1년 만에 기준 금리를 인상해 현재 0.5~0.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준 금리를 정하는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3월 14~15일 열린다.


    ◇미국 경기 회복 속도 맞춰 금리 인상 빨라지나


    옐런 의장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해 전례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상원 출석 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실업률은 연준의 예상대로 가고 있고,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빨라지고 있는 미국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이다. 옐런 의장은 "너무 늦어지면 결국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고,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다"고 했다. 세 차례로 예상되는 올해 기준 금리 인상을 6월부터 시작하면 너무 늦을 수 있다고 말한 셈이다. RBS의 존 브릭스 전략 헤드는 "옐런 의장은 통상 경기 하강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에 따른)경기 상승 위험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했다.


    옐런 의장의 이런 자신감은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도록 만들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만504.41(0.45% 상승)로 마감했다. S&P500지수(2337.58)와 나스닥종합지수(5782.57)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골드만삭스 주가는 249.46달러로 2007년 10월 이후 약 1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애플 주가도 사상 최고가인 135.02달러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이 달러의 가치를 밀어올리고, 미국 경기 회복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1포인트를 넘어서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에 따라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142.2원으로 전날보다 4.8원 올랐다(원화 가치 하락).


    ◇더 깊어지는 한은의 금리 고민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최대 변수의 하나다. 신흥국 시장에 풀렸던 달러가 미국과 선진국으로 대거 이동하면 체력이 약한 신흥국에 금융 불안 등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만큼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전망도 있지만 신흥국의 금융 불안, 경기 침체가 촉발돼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신흥국 시장의 비중은 절반을 웃돈다.


    당장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현재 0.5~0.75%)이 기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엔 한국(연 1.25%)과 미국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한국을 탈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 금리 인상의 압력을 받게 된다. 성장률이 2%대에 묶여 있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지경인데,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금리를 높일 경우 가계의 빚더미가 더 무거워져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의 둑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한은은 일단 최대한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건 고민이 크다는 말 대신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