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지 않고, 오프라인 공략... '오포'의 약진

    입력 : 2017.02.08 09:38

    [삼성·애플 제치고, 작년 4분기 亞·太지역 스마트폰 점유율 1위]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달리 초고속 충전·가장 얇은 스마트폰·고성능 카메라 등 고유 기술 확보
    싸구려 인식 벗고 삼성 등 맹추격


    중국에만 판매점 20만개 확보… 두둑한 판매 장려금으로 매출 껑충
    인도 등 해외 시장서도 인기 끌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가 빠른 속도로 세계시장을 잠식하며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포는 2015년 1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미국 제외) 점유율이 4.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분기엔 12.3%로 애플(12.2%)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9.4%)는 5위였다. 오포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도 186달러(21만2000원)로 222달러(25만원)인 삼성전자를 거의 따라잡았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스마트폰이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니며 삼성이 가장 견제해야 할 중국 업체는 화웨이가 아니라 오포"라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정근호 팀장은 "오포가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며 "2010년대 초반 삼성이 애플을 빠르게 추격하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고유 기술 개발·셀카 유행 포착


    오포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첫째 비결은 기술력이다. 오포 모회사인 부부가오(步步高·BBK)의 창업자 돤융핑(段永平·56) 회장은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저장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술자 출신이다. 1989년부터 6년간 게임기 개발 업체 샤오바왕(小覇王)에서 CEO(최고경영자)로 일하며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1995년 오디오·비디오 업체인 부부가오를 설립했다. 홍콩이코노믹저널은 "부부가오가 보유한 DVD 플레이어 제조 기술 덕분에 이 회사는 2001년 세계 최대 DVD 주문 제작 생산 업체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렇게 번 돈으로 2004년 오포를 설립한 뒤 스마트폰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오포는 2012년 중국의 20~30대 여성 '셀카'족(族)을 겨냥해 세계 최초로 500만화소 전면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전 연령대로 소비자층을 넓히면서도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에도 세계 최초로 1600만화소급 전면 카메라 탑재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여기에 초고속 충전 기술과 세상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잇따라 선보이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특집 기사에서 "오포 공장에서는 제품 출시 전 130가지 테스트를 한다"며 "돤 회장은 폭스콘에서 생산하는 애플 아이폰에 버금가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 마케팅도 효과


    오포는 온라인 판매에 치중한 중국 화웨이·샤오미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20만여개 판매점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스마트폰을 접해본 경험이 없어 구매할 제품을 직접 만져보기를 원하는 지역 중소도시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포석이다. 쓰촨(四川)성 한 업주는 "여러 브랜드 스마트폰을 팔지만 오포 스마트폰을 팔 때 판매 장려금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오포 스마트폰 R9은 작년 중국 내에서만 1700만대를 판매하며 애플 아이폰6s(1200만대)를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해외시장에서도 오포의 판매량이 급속히 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른 인도에서 오포는 지난해 4분기 9%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2015년 4분기 점유율은 1%에 불과했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오포의 중국 내수 시장 판매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머지않아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삼성·애플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