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생각'에 발 못 빼는 중소형주 펀드 투자자

    입력 : 2017.02.08 09:30

    한때 고수익에 개인 투자자 몰려 작년 수익률 -12%… 최악 성과
    환매는 전체의 6%로 미미


    "대형주 실적 좋아 부진 이어질 듯… 서너 달 시차 둔 분산 환매도 방법"


    '버릴 것이냐, 버틸 것이냐.'


    좀처럼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중소형주 펀드 때문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소형주 펀드는 시가총액 100위 이하인 몸집 작은 중소형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환매하고 다른 유망한 투자처로 갈아타야 할지, 아니면 다시 좋아질 때까지 버텨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2014~2015년 화장품·바이오 강세로 연평균 11%대 수익률을 올렸던 중소형주 펀드는 작년엔 -11.9%로 고꾸라지더니, 올해도 여전히 -1.9%로 맥을 못 추고 있다. 박진환 한투운용 본부장은 "요즘 금융회사 창구에선 중소형주 펀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고객 문의가 가장 많다"면서 "워낙 손해가 크다 보니 환매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성과는 부진하지만 환매는 미미


    중소형주 펀드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렸던 시기는 지난 2015년이다. '중소형주=대박 투자처'라는 소문이 나면서 1조75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같은 기간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선 3조2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펀드팀장은 "최근 수년간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돈이 많이 몰렸고 가치도 너무 높게 평가됐다"면서 "대형주 펀드 전망이 더 밝으니 지금이라도 중소형주 펀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권하지만 대부분은 실행에 옮기진 못한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버텨서 원금을 찾겠다는 '본전 심리' 때문이다. 40대 주부 김모씨는 "1년간 10% 수익이 나도 성에 안 찰 텐데, 남편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펀드로 손해 보니 속이 탄다"면서 "지금 수익률(-25%)로는 도저히 환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투자자는 김씨와 비슷한 심정이다. 7일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중소형주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99억원으로,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액(1조3500억원)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황윤아 KB제로인 연구원은 "중소형주 펀드 비중은 전체 주식형 펀드 중에서 9% 정도인데, 자금 유출 규모는 전체 환매의 6% 정도에 그친다"면서 "하락세가 시작된 지 꽤 됐기 때문에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뺐고, 어어 하다 물린 투자자들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 펀드 기지개 켜려면 시간 걸릴 듯


    연초엔 명백한 호재가 없어도 주가가 오른다는 이른바 '1월 효과'도 전혀 보이지 않자,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는 대형주와 비교하면 올해 실적 전망이나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수익률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대형주 실적이 좋아 수급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주에 온기가 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중소형주는 앞으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기 때문에 만약 정리한다면 반등 구간이 왔을 때를 노려보라"고 조언했다.


    전액 일시 환매보다는 절반 정도 환매한 뒤, 서너 달쯤 지나서 상황을 보고 나머지를 정리하는 식의 분산 환매도 방법이다. 중소형주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이제 최악의 바닥 국면은 지났다는 입장이다.


    중소형주 펀드 중 가장 덩치가 큰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의 최웅필 매니저는 "실적 발표 시즌이 끝나가면서 대형주 상승 랠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면서 "중소형주는 그동안 주가 하락 폭이 컸고 조정 기간이 길었던 만큼, 충분한 가격 매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운용의 민수아 매니저도 "최근 가격이 비싸진 대형주 비중은 줄이고, 실적 대비 주가가 싼 중소형주를 매수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시장 분위기가 다시 중소형주 위주로 바뀔 수 있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