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하면 건강해진다?... 매일 1473보 더 걸어

    입력 : 2017.02.02 09:35

    ['포켓몬고' 왜 이렇게 인기일까]


    우표·동전 수집하는 것처럼 포켓몬 자랑하는 과시욕 부추겨
    증강현실로 생생함 더해 만족 커…
    평소에 안 가는 장소 찾으면서 새로운 동물 발견되는 경우도


    1996년 일본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 '포켓 몬스터(포켓몬)'는 애니메이션 영화와 TV시리즈 등으로 재생산되며 전 세계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동안 시들해졌던 포켓몬의 인기는 지난해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게임 '포켓몬고(Go)'의 등장으로 다시 불붙었다. 지난달 24일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을 잡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도 포켓몬고 열풍이 불고 있다. 포켓몬고의 인기 비결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포켓몬고가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도 나왔다. 포켓몬고가 외출을 꺼리던 사람들의 습관을 바꿨다는 연구도 있다.


    ◇동전·우표 수집처럼 과시욕 부추겨


    러셀 벨크 캐나다 요크대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심리학 의견'에 게재한 논문에서 "포켓몬고의 인기 비결은 포켓몬을 많이 수집하도록 하는 게임 방식이 동전이나 우표를 수집하는 것처럼 도전정신과 과시욕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벨크 교수는 수집가가 두 종류로 나뉜다고 봤다. 그림과 같은 예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처럼 미적(美的)인 아름다움을 찾는 부류와 최대한 많은 종류를 모으려는 부류가 있다는 것이다. 벨크 교수는 "포켓몬고 이용자들은 포켓몬의 모습을 따지기보다는 무조건 많은 종류를 모으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모은 포켓몬은 스마트폰에 저장되기 때문에 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할 수 있다. 집에 두고 다녀야 하는 우표·동전보다 과시가 쉽기 때문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켓몬고 제작사인 나이앤틱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포켓몬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설 연휴였던 지난 30일 서울 세종로사거리 일대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를 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1월 24일 국내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시스


    벨크 교수는 포켓몬고가 도입한 증강현실 기술도 인기 비결로 분석했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워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 결과 포켓몬 사냥이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생생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벨크 교수는 설명했다.


    나이앤틱 측은 "포켓몬고가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다. 포켓몬을 찾고 게임에서 얻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밴드를 사용하는 사람 3만2000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매일 평균 1473보를 더 걸었다. 하버드대 연구팀도 지난해 말 '영국의학저널'에 "18~35세 11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켓몬고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하루 평균 955걸음을 더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고 6주가 지나면 걸음 수의 차이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게임에 흥미를 잃으면서 운동량이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사람의 행동 방식까지 바꿔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들은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분석하면 사람들의 이동 방식이나 행동반경은 물론 교통 흐름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산과 들에서 포켓몬을 잡고 주변 풍경과 함께 촬영하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벌레·새·뱀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게임을 하면 행동방식도 바뀐다. 앤서니 부치텔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지난달 18일 "증강현실 게임이 사람들의 활동 반경을 바꾸고 주변 기념물 등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들은 각종 아이템을 얻거나 포켓몬이 많이 출몰하는 장소를 게임 내에 지정해두고 있다. 이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이전에 찾지 않았던 기념물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부치텔리 교수는 외출을 꺼리던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하는 변화도 일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포켓몬의 진화 과정을 재미 삼아 현대생물학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도 있다. 2012년 하버드대가 발행하는 과학유머잡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에는 UC데이비스 연구원들이 쓴 '포켓몬의 진화와 계통발생'이라는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들은 닌텐도가 만든 포켓몬 진화 과정을 인류의 진화 과정처럼 현대생물학의 계통발생도로 재구성했다. 포켓몬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