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선수 친 중국 造船... 고부가 선박 시장마저 잠식

    입력 : 2017.02.01 09:24

    [중국 기업의 大공습]


    익성 높은 초대형 LPG운반선, 한국 업체들 제치고 수주 성공
    정부 금융 지원에 값싼 노동력… 컨테이너·해양플랜트까지 위협
    "조선소 통합·인력 감축 마치면 첨단 선박 50% 장악할 것" 호언


    인도 바룬사(社)는 지난해 7월 VL GC(초대형 LPG운반선) 6척, 금액으로 4억2000만달러 수준의 발주를 했다. 전 세계 조선소가 심각한 '수주 절벽'을 겪는 상황에서 작지 않은 물량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가스선(LPG·LNG선) 기술이 뛰어난 한국 조선소의 2파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승자는 뒤늦게 참전한 중국의 장난(Jiangnan)조선이었다. 글로벌 조선해양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최근 "한국과 중국이 수주 경합 중이던 인도 바룬의 VLGC 6척은 중국 조선사가 따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발주처에서 금융 보증을 조선소에서 맡아달라는 등의 조건을 달아서 한국 조선소는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발주사에 선박 건조를 보증해주거나, 건조 비용 일부를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금융 지원을 해 왔다"며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고부가 선박으로 영역 넓히는 중국


    중국 후앙푸웬청(Huangpu Wenchong)조선은 지난주 아이슬란드 선사인 아임스킵(Eimskip)으로부터 22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내빙(耐氷)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했다. 극지를 운항하는 내빙 컨테이너선은 일반 선박보다 히터와 동결 방지 시스템이 필요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진하이중공업은 작년 말 그리스 선사로부터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VLCC(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했다.


    한국 조선은 2007년 이후 수준 잔량에서는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세계 최고 조선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해왔다. 물량이 아닌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을 한참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주 절벽' 상황에서 한국 조선의 고유 영역으로 여기면서 중국이 쉽게 넘보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가스선이나 초대형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도 중국에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황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후동중화조선은 2010년 이후 LNG선을 꾸준히 수주하면서 이 분야 세계 6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2만TEU급 컨테이너선 수주에 2015년 한국, 일본과 나란히 성공하기도 했다. VLGC도 아직 수주 실적은 많지 않지만 2010년 시장 진입에 성공한 뒤 한국을 추격해오고 있다.


    중국은 자국 발주 물량을 기반으로 '트랙 레코드(과거 실적)'를 쌓은 뒤 정부의 금융 지원과 20~30%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의 자국 조선소 발주 비중은 70% 정도인데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가스선도 5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은 사고가 나면 하루짜리 뉴스, 유조선이나 가스선은 최소 한 달짜리 뉴스라는 말이 나돌았는데, 이는 선주들은 아무리 싸더라도 사고에 대비해 기술력이 있는 한국 배를 쉽게 외면하기 힘들 것이란 의미였다"면서 "하지만 이젠 기술 격차가 줄고, 가격 경쟁력까지 생기면서 중국이 고부가 선박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선 특히 LNG(액화천연가스)선의 경우 폭발 위험성 때문에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中 "2025년 전 세계 첨단 선박 시장 50% 장악하겠다"


    중국도 글로벌 수주 절벽을 비켜가진 못했다. 연간 1척이라도 인도 실적을 보유한 중국 조선소는 2010년 302개에서 89개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2010년부터 조선업 구조조정을 단행,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국영조선소인 CSIC(중국 선박중공업)는 작년 5월 산하 6개 조선소를 3개 조선소로 통합했고, 살아남은 조선사들도 10%가량 인력을 감축했다.


    중국은 올해까지 조선업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2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등 6개 부처는 공동으로 "중국은 2020년까지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높이고, 2025년에는 세계 첨단 선박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한·중의 기술 격차는 4~5년 정도인데 얼어붙었던 발주 시장이 풀리면 중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도 한국이 독식하던 시절은 끝났다"며 "앞으론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든 선종(船種)에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