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 늘고... 아시아 신흥국 뜨고

    입력 : 2017.01.31 09:27

    [해외로 눈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


    국내 증시, 수년째 박스권 헤매
    인도네시아·베트남·대만 등 10%이상 주가 오르며 거래 늘어


    현지 통화로 주식 사기 때문에 환율 움직임에 더 관심 둬야
    주가 출렁임은 심한 편


    직장인 A씨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투자와 관련된 책을 읽고, 처음으로 해외 주식을 샀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각종 보고서 등을 참고해 인도네시아에서 유망한 상장 기업을 7곳 추렸다. A씨는 7개 기업에 5000만원을 나눠 투자해 현재까지 4개월 만에 13% 정도 수익률을 올렸다. A씨는 "동남아 신흥국 성장세가 높아 보여 여윳돈을 투자했는데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수년째 '박스피(코스피지수가 1800~2100 박스권에 갇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증시에 지쳐, 수익률이 높은 해외 증시에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가 늘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은 2014년 81억4569만달러(약 9조4500억원)에서 지난해 125억5986만달러(약 14조6000억원)로 2년 사이 54% 증가했다. 하지만 해외 주식 투자는 투자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고 신흥 시장은 주가 출렁임도 심하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2년 만에 54% 늘어난 해외 주식 거래


    해외 주식 투자자가 급증한 이유는 지난 1년여간 상대적으로 경기가 나아졌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증시가 20~30%쯤 상승하는 등 해외 주식시장에 훈풍(薰風)이 불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10% 이상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반면 작년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3%에 그쳤다. 국내 증시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국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해외 주식 거래는 대부분 미국과 홍콩 시장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 비율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2014~2016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중 미국·홍콩 주식 거래 비중은 85.6%에서 75.1%로 줄었다.


    대신 최근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이 새로운 해외 주식 투자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4대 해외 주식 거래 국가인 미국·홍콩·중국·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주식 거래가 이뤄진 나라는 베트남(2024만달러)이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4대 국가를 제외한 분기별 해외 주식 거래 상위 5개 국가에 아시아 신흥국은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등이 새롭게 해외 주식 거래 상위국에 진입했다.


    ◇해외 주식 투자법과 유의점


    해외 주식 투자를 하려면 우선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 거래용 계좌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증권사마다 투자가 가능한 나라가 다르다. 미국·홍콩·중국 등 주식 거래가 활발한 곳은 대부분 대형 증권사에서 온라인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여전히 지점에 나가거나 전화로만 주문이 가능한 증권사가 많다. 다만 최근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인도네시아·베트남), NH투자증권(인도네시아), 삼성증권(대만)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예상 수익률보다는 환율 움직임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 투자 대상국 현지 통화로 주식을 사야 하는데, 해당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 주가가 크게 올라도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도 신경 써야 한다. 해외 주식 투자는 양도차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하고 22%를 양도소득세로 낸다. 해외 펀드 투자 때(세율 15.4%)보다는 세율이 높아 보이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자산가는 해외 펀드 투자보다 해외 주식 직접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


    현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해외 주식 투자의 단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교적 잘 알려진 종목에 투자해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에 대해 충분히 알아볼 시간이 없을 때는 해외 기업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