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산업화 이후 최악의 상황... 그래도 다시 뛴다, 4차 산업혁명 걸맞게

    입력 : 2017.01.26 09:37

    삼성, 기어 S3로 자동차 원격제어 기술 선보여
    LG, 아마존 AI와 연동한 스마트 냉장고 발표
    조직문화도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유연·창의적으로


    국내 산업계에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무역 질서가 전개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살아온 우리 주력 기업들엔 생명줄 하나가 날아가는 셈이다. 여기다 최근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이를 돌파할 정치적 리더십도 없다. 재계 리더들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경영 활동에 족쇄가 채워진 상태다.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미증유의 위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촉각을 곤두세워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17'. 삼성전자가 마련한 최대 규모의 전시 부스에는 독일의 고급 세단이 전시됐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S3'를 이용해 자동차를 원격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도로를 직접 누볐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SK의 신사업 관련 주요 임원들도 인텔·에릭슨·퀄컴 등 글로벌 거대 기업뿐 아니라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의 부스들도 직접 방문했다.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IoT 등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아마존의 AI 서비스인 '알렉사'와 연동된 스마트 냉장고를 발표했다. 또 내달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G6'에 구글의 AI 음성 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기로 했다. 유통·화학 중심인 롯데그룹도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에 적극적이다. 롯데는 작년 12월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 기술인 '왓슨(Watson)'을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는 왓슨을 활용한 그룹 통합 IT 서비스를 구축, 5년 안에 전 계열사의 모든 사업 분야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전시회에서 참석자들이 삼성전자의 'QLED TV' 화질을 살펴보고 있다. 2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기술이 집약된 '투싼' 수소전기차. 3 지난해 12월 SK건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완공한 '유라시아 해저터널'의 모습. 4 충북 청주에 있는 LG화학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SK건설 제공


    기업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 신기술에 대한 투자에는 적극적이다. 이는 과거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개발한 신기술로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상장회사의 투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2010년(23.9%)과 2011년(17.6%)이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IT 산업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은 "기술 대기업의 평균 투자 증가율이 비(非)기술 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조직 문화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화그룹은 우선 직급 승진 때마다 1개월의 안식월을 부여하는 조직 문화 개선에 나섰다.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유연 근무제', 직원 개인의 자발적이고 계획적인 경력 관리 지원을 위한 '잡 마켓(Job Market)', 업무 성격에 맞는 자율 복장 근무인 '비즈니스 캐주얼', 정시 퇴근 문화로 저녁이 있는 삶 정착과 팀 업무 속도를 올리는 '팀장 정시 퇴근 제도'도 함께 도입했다. 포스코도 더욱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직원 개개인이 제안한 각양각색의 아이디어 도출을 활성화해, 좀 더 유용하고 수익성 창출 효과가 큰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실행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도 지난해부터 창의적인 '벤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위기에 움츠러들지 않고, 이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현장 아이디어를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