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 전쟁... 한국, 다음 표적될 수도"

    입력 : 2017.01.26 09:25

    [한미 FTA 과연 미국만 불리한가]


    트럼프, 보호무역 공세 강화… 재협상 땐 국산 자동차 큰 타격
    한국, 對美 수출 늘긴 했지만 관세 혜택 없는 비수혜 품목 주도
    특허·지재권 등 서비스 수지는 미국이 한국에 큰 폭 흑자 기록


    한국이 트럼프발(發) '보호무역 쓰나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태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 24일(현지 시각)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표적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조지워싱턴대 비즈니스 스쿨 한국경영연구소(KMI) 주최로 열린 신년 세미나에 참석해 "(트럼프 정부가) 한국 정부가 미국 퀄컴에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전 회장도 전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다음 표적 한국 될 것"


    오버비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환율과 무역 불균형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이미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꼽혔고, 미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며 "트럼프 측에선 이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이미 트럼프 공세의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전날 트럼프는 미국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일본을 찍어 "불공정 무역을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일본 때리기'에 동원한 품목은 자동차였다. 트럼프는 "우리가 일본에서 차를 팔 경우 일본은 미국 자동차 판매를 어렵게 하지만, 일본은 수십만 대나 되는 차를 미국에 수출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가 일본 자동차 무역 문제를 거론한 데에는 반(反)일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포드자동차가 배경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일본의 수입 인증이나 환경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날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 6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까지 인디애나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일본에 이은 다음 공격 대상은 한국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96만4432대로 5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중서부 쇠락한 산업지대)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업종 노동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해외 자동차 업체를 걸고 넘어갈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제1 타깃은 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 FTA 재앙'이란 주장은 상당수 오류"


    트럼프가 한·미 FTA를 '재앙'이라고 비판하며 근거로 삼은 통계가 상당 부분 오류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가 큰 문제로 삼는 부분은 미국의 무역적자 폭 증가다. 실제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FTA 발효 전인 2011년 116억달러에서 2015년 258억달러로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세는 금속·광물, 농수산식품 등 관세가 내려가지 않은 '비수혜품목'이 주도했다. 2012년 대비 2015년 품목별 대미 수출 증가액을 보면 관세가 인하된 'FTA 혜택' 품목은 27억달러가 늘었지만, 비혜택 품목은 93억달러가 증가했다.


    서비스 수지에서는 미국이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 수지 흑자는 2011년 69억달러에서 2015년 94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특히 지식재산권에서 미국의 흑자 규모가 30% 늘었다. 한국의 시장 개방으로 미국의 특허 수출이 늘었고, 한·미 FTA에 따른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로 미국 업체가 소프트웨어·영화 등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할 때 그 속에 포함된 지식재산권 수입이 늘어난 결과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에 정확한 한·미 FTA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서비스 수지는 미국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미국의 대한 투자보다 많다는 점도 함께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