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브랜드대상] 황량한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혀라

  • 디지틀조선일보 정상혁 국장

    입력 : 2017.01.25 15:41

    [2017 소비자가 뽑은 신뢰 브랜드 대상]


    '동물애호가' 스토리를 입은 가수 이효리, 이름 석자가 블루칩 브랜드
    "어떤 제품이 좋을까?" 이럴 때 생각나는 게 '브랜드 파워'


    가수 이효리가 컴백을 알리며 지난달 소리 소문 없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후 1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 계정의 팔로워 수는 무려 10만 명을 돌파하고 있다. 긴 공백기와 도심에서 떨어진 전원생활은 그녀의 인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중들의 가슴 속에 그녀는 여전히 국내 최고 섹시 아이콘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이효리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 국내 최고 블루칩 브랜드다. 이효리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성공한 브랜드들의 3대 요소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바로 '스토리(Story)'와 '진정성(Sincerity)' 그리고 '차별화(Differentiation)'다.


    ◇스토리(Story): 상품의 본래 기능에 혼을 심는다


    브랜드에서 스토리는 상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에 혼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과자 안에 운세 쪽지가 들어 있는 포춘쿠키(Fortune cookie)는 과자라는 상품이 주는 맛의 기능에 운세라는 스토리를 더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가수의 상품적 가치는 기본적으로 노래와 춤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스타로 크지 못하고 실패의 쓴맛을 보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실패 이유는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무대활동 이외에 가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효리에게는 스토리가 있다. 그녀는 가수 이외에 '동물애호가'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동물보호를 위해 스스로 채식주의자가 됐고,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고, 모피코트 한 벌에 밍크 70마리가 죽어 간다며 '모피옷 안 입기 운동'을 벌이는 등 동물보호에 앞장 서고 있다. 이런 선행들은 자칫 그녀의 섹시한 노래와 춤으로 생길 수 있는 부정적 편견들을 상쇄시켜준다. 특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식 있는 가수로서 팬덤들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해야 하는 명분을 안겨주고 동조화 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Getty Images Bank


    ◇진정성(Sincerity): 추구하는 정체성(Identity)과 실제 이미지(Image)를 일치시킨다


    생산자가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가 실제로 인식하는 브랜드 이미지 사이에 갭(gap)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 갭은 상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엔 브랜드 실패로 이어진다. 영국 석유회사 BP그룹은 민영화 이후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라는 슬로건 및 태양과 유사한 기업 로고를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2010년 안전불감증과 운영 미숙으로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가 터지자 소비자들로부터 '영국 오염(British Pollution)', '석유 밑에서(Below Petrol)'라는 오명을 얻었다.


    카메라 앞에서의 이효리와 실생활에서의 이효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에 출연해 거침없는 행동을 취하고 꾸밈없는 멘트를 날리는 솔직 털털한 모습은 실생활에서도 이어진다. 해고 노동자 복직을 위해 쌍용차 측에 소형 SUV 무료광고 출연을 제안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모피쇼 반대를 위해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말로만 동물보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유기견을 입양해 키운다. 팬들은 미디어 속 그녀와 실생활 그녀가 일치하는 것에 열광한다.


    ◇차별화(Differentiation): 경쟁 브랜드가 모방 불가능한 강점을 어필한다


    브랜드 성공을 위해서는 경쟁 브랜드와 구분지을 수 있는 차별화 된 특징이 필요하다. 가격, 디자인(이미지), 품질의 차별화가 대표적이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화소경쟁에 몰두하던 지난 2000년 캐논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자처하며 디자인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초소형 필름카메라 크기의 디지털카메라 'IXY DIGITAL'을 탄생시켰고 이 깜찍한 모델은 5위 브랜드였던 캐논을 단박에 1위로 끌어 올렸다.


    이효리는 1998년 데뷔 당시 자신이 속한 그룹의 '청순', '요정' 이미지와 차별화하며 본인을 부각시켰다. 보이쉬(Boysh)한 패션으로 터프함을 과시했고 셀프디스에 가까운 코믹 개인기로 털털한 매력을 뽐냈다. 2003년 솔로 데뷔 앨범 'STYLISH..E hyolee'를 발표할 때는 아이돌 출신답지 않은 섹시미로 또 한 번의 이미지 차별화를 꾀했다. 타이틀곡 '텐미닛(10 Minutes)'의 10분 안에 남자를 유혹한다는 가사와 세계적 안무가 트위티(Tweetie)의 선정적 댄스 그리고 어깨와 에스라인이 드러나는 탱크탑 패션은 당시 가요계를 휩쓸며 이효리를 명실상부한 섹시퀸으로 재탄생시켰다.


    디지틀조선일보 정상혁 국장

    광고, 홍보, 브랜딩의 의미를 흔히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첫째, 광고는 'I'm a great lover(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상대에게 일방적이고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 둘째, 홍보는 'Trust me, he is a great lover(나를 믿어봐, 그는 너를 정말 사랑해)'. 믿을만한 누군가를 통해 상대에게 대신 전달하는 것. 셋째, 브랜딩은 'I understand you're a great lover(난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 걸 알고 있어)'. 상대가 자발적으로 말하게끔 하는 것. 즉 브랜딩은 광고 또는 홍보와 같이 자신의 가치를 억지로 설득하는 게 아닌 상대가 무의식 중에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멀리 조용히 살아도 빅이슈를 만들어 내고, 소리 소문 없이 컴백해도 수십만 팬을 결집시키는 효리처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