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헬렌 에스텔라㈜ 대표 "꿈은 꿀 수도 있지만 만들 수도 있다"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7.01.25 10:47

    어두운 밤하늘에 빛을 제공하며 여행자들에게 갈 길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별. 와인으로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에스텔라(Estrella)' 김헬렌 대표.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헬렌 에스텔라㈜ 대표 /Photographer 김성호


    "고향이 어디예요? 어떤 공부를 했어요? 어떻게 기자가 되신 거예요? 취미는 뭐예요?"


    벽면 가득 전세계 와인들을 수집해 놓은 듯 마치 와인 전시장 같은 에스텔라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김헬렌 대표는 기자에게 이것저것 짧은 질문을 했다.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반대로 인터뷰를 당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질문에 짧게 답을 해줬다.


    바로 와인 몇 병을 내오더니 "와인 회사에 오셨으니 와인 한잔 하시면서 하시죠." 점심도 이제 막 먹은 시간, 향기 가득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고객들에게 항상 받는 질문이 '선물을 하고 싶은데 어떤 와인을 사야 하는가' 입니다. 그러면 선물 받을 분의 성별을 물어보고 고향, 직업, 취미, 전공 등을 여쭤보죠. 와인은 워낙 종류가 많고 고객들의 취향도 다양하기 때문에 한 분 한 분에게 최상의 만족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와인을 골라 드립니다. 어디 가서나 흔히 살 수 있는 것이 와인이지만 에스텔라 와인은 같은 와인이라도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들도록 하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죠."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맞는 와인을 추천해 주려고 몇 가지 질문을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특별한 와인 같진 않았지만 맛과 향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김헬렌 대표는 와인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일이 자신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명을 별이라는 뜻을 지닌 에스텔라(Estrella)로 지은 것도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고객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와인 사업은 진정으로 혼을 불어 넣어서 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국내에 600여 개의 와인업체들이 있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엔 모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이럴 땐 더욱더 평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내가 이 사업을 왜 시작했지,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이 사업을 통해 진정 보람을 느끼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큰 수익을 내지 못해도 일에 혼을 불어 넣게 됩니다. 어려울 때 도움이 되었던 고객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면서요."



    와인은 기다림의 미학 가르쳐 줘


    김헬렌 대표가 와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우연히 프랑스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프랑스 남부에 와인 밭이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한국에서 유통을 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마침 당시 어떤 사업을 할까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이었고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수입을 시작했다.


    "모르면 일낸다고 예상과 달리 사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저는 와인이 술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막연히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와인이기에 잘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게 왠 행운인가 하고 덜컥 시작했지만 주류사업 허가, 세금문제 등 와인은 그리 녹록한 사업 아이템은 아니었어요."


    당시는 지금만큼 국내에서 와인이 대중화되지도 않았기에 그는 실수를 했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이 사람에 대한 사랑, 와인에 대한 지독한 사랑만큼은 김 대표에게서 빼앗아 가진 못했다. 와인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거야 라는 생각으로 해온 와인 사업이 올해로 어느덧 18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와인 대중화를 위해, 특별히 그가 추천하는 와인을 고객들이 맛볼 수 있도록 기부한 와인이 지금까지 판매한 와인만큼은 된다고 한다. 그의 와인 예찬은 끝이 없다.


    "와인은 평정심 유지에 굉장히 도움을 주는 술입니다. 삶의 여유를 가져다 주고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줍니다. 빨리 마시고 취하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 서로 눈도 마주 보고 잔도 부딪히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술입니다."


    와인은 쌍둥이가 없다. 기호나 온도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와인 한 병을 팔아도 그것의 의미와 가치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스스로 와인을 잘 알아야 고객에게 제대로 추천을 해 줄 수 있기에 같은 와인을 열 병을 두고 맛을 보기도 한다. 김 대표가 먹을 수 있고 잘 알 수 있고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와인이라는 확신이 서야 고객에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와인 하나에도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양심 있는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단순히 제가 먹어보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팔릴 것 같다고 시장에 내 놓진 않습니다. 와인 사업은 진정 와인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와인은 좋고 나쁜 게 따로 없다고 강조한다. 각자 좋아하는 와인이 있고 단 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와인이라면 그 자체로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와인을 알고 마시면 두 배 세 배 열 배가 맛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처음 만난 사람도 알게 되면 될수록 좋아지고 이해가 되듯이 말이다.



    다시는 지워지지 않는 입력


    '와인과 헬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 같은 모임을 만들 정도로 김헬렌 대표는 지난 18년간 와인 사업을 해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초창기엔 와인의 주 소비층이 주로 리더그룹이었기에 기업의 CEO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리더들의 커뮤니티에 참여했다. 그는 와인 사업을 해오면서 세상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누구보다 제 스스로가 와인 사업에 열정적으로 매진해 왔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해 준 고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저는 그들에게 무엇보다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해 왔던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캐릭터의 소유자다. 사람 욕심이 많은 그는 조찬, 석찬 등 각종 모임과 행사에 빠지지 않는다. 그의 휴대폰엔 2800여명의 지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람을 만날 때 항상 지키는 원칙이 있다. 바로 그의 휴대폰에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영원한 관계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아무리 사람 욕심이 많다지만 만나는 사람 모두를 바로 휴대폰에 저장하진 않는다.


    "가끔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명함을 주고 받은 후 그 다음날에 카카오톡에 연락처가 자동으로 뜨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식으로 입력하지는 않거든요. 흔히 대화 중에 누구 이름을 언급하면 나 그 사람 잘 알아, 하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람을 잘 안다는 것은 최소한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1:1로 나눠보고 할 수 있는 말이지, 그렇지 않고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은 좀 위험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대방과 어느 정도 이야기 나누고 교감한 후에 내가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전화번호를 입력합니다. 대신 다시는 지워지지 않는 입력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김헬렌 대표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간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자신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상대방을 항상 배려하려고 한다. 오래 가는 만남은 간절함과 배려심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그는 늘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기질의 사람들이 있고 사업상 만남에선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렇죠. 일단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내 방식으로만 바라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가치나 철학 면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 사람을 굳이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진 않습니다. 물론 계속 노력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도 어느새 제 자리로 들어 와 있는 경우도 있죠. 보통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열정으로 제 맛에 산다고 하잖아요. 저는 저만의 철학이 있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자신도 있습니다. 그것이 지켜지면 어떤 난관에도 열정이 생기고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장사를 전혀 몰랐던 김 대표가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와인을 매개체로 장사도 알게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이 모든 것의 시작도 와인이고 끝도 와인이다. 좀더 수익을 내기 위해 요행을 부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는 모든 것을 걸고 푹 빠질 수 있습니다. 나만의 와인으로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장소, 시간, 음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고, 혼자 먹는 술이 아니라 함께 먹는 와인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공간에서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것. 김헬렌 대표가 와인 사업을 하는 이유이다. '와인 하나를 갖다가 말을 시켰더니 처음과 끝까지 그 열정에 미소가 끊이지 않더라,' 김헬렌 대표를 두고 한 어느 매체의 표현처럼 그는 분명 와인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저의 꿈요, 왜 와인 사업을 하느냐에 대한 답이겠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좋은 결과가 뒤따라온다고 믿어요. 지금도 행복하지만 때가 되어 이 사업을 끝냈을 때 와인 사업 진짜 잘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날까지 열정을 갖고 뛰는 것. 이게 저의 영원한 꿈입니다. 그 꿈은 꿀 수도 있지만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죠."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잔 와인의 목 넘김은 더욱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