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터리 제조 결함"... 소비자 불안 잦아들까

    입력 : 2017.01.24 10:03

    [갤노트 7 발화 원인 발표]


    "추가 조사 필요" 의견도


    - 노트7 20만대·배터리 3만개 조사
    삼성SDI 배터리는 눌림 현상, 中 ATL 제품은 이음새 불량… 해외 전문기관 3곳도 조사 참여
    - 5단계 안전 검사 8단계로 강화
    내부설계·소프트웨어도 개선
    - 일부 전문가들 "배터리뿐일까?"
    "발화로 이어진 과정 규명 안돼"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생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7(노트 7)의 발화(發火) 사고 원인을 배터리 결함이라고 발표했다. 노트 7에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와 중국 ATL의 배터리 제조 공정에 문제가 있었고, 삼성도 조립 과정에서 불량 배터리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차기작인 갤럭시 S8부터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대폭 강화하고 내부 설계와 소프트웨어도 바꾸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무선사업부장)은 "잃어버린 신뢰를 반드시 다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배터리 전문가는 조사 과정이 배터리 결함을 밝히는 데만 집중된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노트 7 발화는 배터리 결함 탓, 고동진 사장 "책임 통감한다"


    고동진 사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트 7에 소손(燒損)이 발생한 이유는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인한 것이며, 노트 7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함이나 운송 과정의 문제 등은 원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3개월간 700여명의 연구원들이 노트 7 완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개를 이용해 원인 규명 시험에 나서 배터리 결함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2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갤럭시 노트 7(노트 7)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고 사장은 "최종적인 완제품 제조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삼성은 삼성SDI 배터리의 경우 우측 상단에 눌림 현상이 발생한 데다 음극재와 양극재를 분리해주는 막(분리막)이 지나치게 얇은 것을 발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운데에 있는 분리막이 파손되면서 음극재와 양극재가 접촉해 발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ATL의 배터리에서는 절연 테이프가 부착되지 않거나 배터리 이음새 불량으로 발화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냈다. 고동진 사장은 "완제품과 배터리 시험에서 40차례의 발화를 재현했다"고 말했다. 2차전지의 경우 평균 100만대에 1~2대꼴로 배터리 결함이 발생하는 데 비해 노트 7에 공급된 배터리는 이보다 100배 이상 많은 불량이 발생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는 글로벌 안전 인증·검사 업체인 미국 UL·엑스포넌트, 독일 튀브라인란트 등 3개 기관이 참여해 삼성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케빈 화이트 엑스포넌트 수석연구원은 "두 종의 배터리에서 각각 다른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발화 원인은 배터리이지만 삼성전자가 배터리 크기와 용량 등 구체적인 사양을 제시했다"면서 "최종적인 완제품 제조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배터리 제조사에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전성 검사 강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능도 개선


    삼성전자는 이날 발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배터리 결함이 있었더라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분명히 우리 잘못"이라며 "현재의 검사 방식으로는 배터리 결함을 걸러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현재 5단계인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8단계로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제조사에서 진행하는 엑스선 투과 검사, 배터리 해체 검사 등을 삼성전자 차원에서 추가 진행하고, 온도·습도·충격·낙하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사용자 조건 가속 시험'도 실시한다.


    노트 7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 충·방전 검사를 하는 모습.


    스마트폰 내부 설계와 배터리 안전 관련 소프트웨어도 전면 개선한다. 갤럭시 S8부터는 배터리 탑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배터리 과부하 때 전원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도 새로 개발해 발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삼성SDI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500억원을 투자해 모든 배터리에 대해 엑스선 투과 검사를 하는 과정을 추가하고 품질 검증 역시 기존보다 1000배 이상 늘려 불량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ATL은 조사결과를 수용했다는 삼성의 설명과 달리, 이번 사고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ATL은 이번 조사 결과의 수용 여부와 향후 대책을 묻는 본지 이메일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 "배터리 발화로 이어진 과정 규명 안 돼"


    일부 배터리 전문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불량 배터리가 모두 발화하지는 않는다"며 "배터리 결함이 발화로 이어지는 조건과 환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사지브 제수다스(Jesudas) UL 컨슈머비즈니스 담당 사장은 "배터리 변형 등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터리 전문가인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애플 아이폰 등 고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많아졌지만 노트 7 같은 대규모 발화 사건은 이전에 없었다"면서 "대부분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불량 배터리를 자체 조사에서 걸러내는 데다 설사 탑재되더라도 발화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배터리는 물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이런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박철완 전(前)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장은 "전자 기기의 배터리 발화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배터리 결함 외에 다른 요인은 없는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